오는 24일 입학 60년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는 김정헌(81·사진)씨는 주변의 관심에 멋쩍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20일 “한국전쟁 직후 부흥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뒤돌아보지 않은 채 일하다보니 시간이 갔을 뿐인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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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1952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지만, 군입대 직후 동향인 태완선 부흥부 장관의 요청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됐다. 이후 서울시 건설국, 재무국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 재료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1973년 근영실업을 설립했다. 회사는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복합 재료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해 전세계 복합소재분야 기업 연합체인 ‘JEC 연합체’ 평생공로상 수상을 계기로 대학 졸업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졸업장을 받기까지 부인의 적극적인 권유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재입학 절차를 거쳐 중국외교사와 한국정치론 과목을 선택, 6학점을 마저 이수하고 졸업장을 거머쥐게 됐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JEC 수상식을 제외하고 출석률 100%를 자랑하며 강의에 열성을 보였다”며 “손자뻘의 학생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세대를 넘어 교류했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 현장에 있었지만 몸에 밴 성실함과 겸손함,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삶의 원동력을 삼은 게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