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의 PD열전]문신 좋아하는 '순결한 PD' 김태은

  • 등록 2007-06-04 오전 12:45:00

    수정 2007-06-04 오후 4:15:40

▲ '재용이의 순결한 19'의 김태은 PD(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비방의 한계에 도전하는 자극적인 소재, 코믹한 걸 넘어 엽기적인 분장과 구성, 인신공격과 험담을 거침없이 말하는 진행자.

케이블TV KM의 '재용이의 순결한 19'은 시작부터 논란을 몰고 다녔다. 방송위원회의 프로그램 제재 단골 손님이었고, 좋아하는 사람과 싫아하는 사람이 이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프로그램도 없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화끈하고 섹시한 차트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나섰으니 이런 소란과 문제는 예견됐고, 기대했던 것이라면 과언일까.

'재용이의 순결한 19'의 김태은 PD(27)은 프로그램 만큼이나 꽤 유명인사다.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녀는 방송가에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킨 주역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그 반대편의 시각에서는 '그게 무슨 방송이냐' 또는 '또라이 PD 아니냐'는 극단적인 함담도 들었다.

하지만 2006년 2월 말도 안되는 희한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금까지 1년 넘게 끌어온 뚝심의 여인이 그런 험담 쯤에 기 죽을리도 없었다.

뚝심과 강단, 황당한 상상력....대강 이런 요소들이 조합되어 머리 속에 그려지는 여인상이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위해 앞에 앉는 사람은 여려 보이는 외모의 젊은 여성이었다.

◇ "트렌드를 이끌어야죠", 프로그램만큼 톡톡 튀는 PD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 왼쪽 손목과 오른쪽 팔에는 멋진 문양이 보였다. ‘설마, 그래도 방송사 PD인데, 나중에 지워지는 헤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 PD는 "어머, 이거 헤나가 아닌 진짜 문신인데..."라고 했다. [PD열전]을 위해, 또는 다른 취재때문에 많은 PD를 만났지만 어깨에 문신을 보란듯이 하고 다니는 경우는 처음 봤다. 확실히 첫 만남부터 남 달랐다.

“왼쪽 손목의 문신은 ‘재용이의 순결한 19’ 팀이 태국으로 촬영을 갔을 때 모두 함께 한 거예요. 서로 인생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라고 생각해 기념이 될 만한 뭔가를 남기고 싶었고, 기왕이면 문신도 한번 해보고 싶었죠. 오른팔의 문신은 내용을 밝히긴 그렇지만 짜릿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걸 잊지 말자는 뜻에서 했어요.”

김태은 PD는 이어 “문신도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더 하고 싶은데 남들이 문신 때문에 시집 못갈 것 같다고 걱정해서 다음부터는 안보이는 곳에 하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염색이나 문신 등은 PD로서 너무 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가 머쓱해졌다.

“예능 프로그램의 PD는 트렌드를 쫓아가기도 하고 이끌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개성이 있어야죠.” 이 여자, 말하는 투가 앳돼 보이는 얼굴 속에 남다른 강단과 뚝심이 있었다.
 
▲ 김태은 PD의 든든한 파트너, DJ. DOC의 멤버 정재용(사진=Mnet)

◇ 웃음과 불쾌함. 그 선은 지킨다!

현재는 Mnet에서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라는 제목으로 방송되고 있지만, 원조는 역시 김 PD가 만든 KM 시절의 ‘재용이의 순결한 19’다.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화제가 되는 대담한 이슈들을 선정해 차트로 꼽아보는 순위 집계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공개하기 싫어할 만한 모습, 사건 등을 과감히 다뤄 화제를 모았다. 열성 팬들이 많은 연예인일 경우 무지막지한 비난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차트쇼를 만들라는 지시는 받았는데 그저 차트가 나오고 성우 멘트로 내용을 소개하는 단순한 형식은 싫더라고요. 그래서 연예인 차트쇼를 생각했죠. 팬들 항의요? 제가 몰매를 맞아도 다른 시각에서 보여주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김태은 PD는 “요즘은 연예인의 완벽한 모습보다 재미있는 모습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이 많이 늘었어요. 항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그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해야죠”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를 위해 브레이크없이 마구 질주할 것 같은데, 그녀 스스로 정한 엄걱한 가이드 라인은 있다.

“제가 볼 때 용납이 안되는 내용은 편집해요. 사람을 웃기는 것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선을 지키려고 하죠”라고 덧붙였다. 그 덕분인지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팬들의 규모와 열성이 엄청나다는 인기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도 즐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이준기는 아예 세트를 방문해 재미있다는 말을 제작진에 전하기도 했다.
 
▲ 김태은 PD가 연출을 맡고 있는 '신동의 DJ 풋사과 싸운드'

◇ 일만 한다고 되니. 주말엔 놀아요!

김태은 PD는 중, 고교 시절부터 케이블TV의 음악방송을 즐겨봤다가 아예 음악방송 PD를 직업으로 택했다. 고교 시절에는 친구와 캠코더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공모전에 내기도 했고 대학에서는 영상학을 전공했다.

대학생 때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나이일 때만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많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좋아하고, 또 관심 있는 일이었던 뮤직비디오 제작의 조연출을 하기도 했고 현재 직장인 KM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물론 놀기도 많이 했다.

KM에 입사해서는 자신의 바람대로 음악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다. 2월 ‘재용이의 순결한 19’에서 손을 뗀 뒤, 4월부터 뮤직비디오 믹스(Mix) 프로그램 ‘신동의 DJ 풋사과 싸운드’를 연출하고 있다. 다시 음악 프로그램으로 돌아간 것이다.

‘신동의 DJ 풋사과 싸운드’는 뮤직비디오의 재미있는 부분만 모아 MC의 설명과 함께 보여주며 인디밴드의 노래, 록 등 다양한 음악을 소개한다.

김태은 PD는 “‘재용이의 순결한 19’ 팀에서 빠져 아쉽지만 저는 음악PD잖아요. ‘신동의 DJ 풋사과 싸운드’도 입사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형식이에요. 또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선보일 새로운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고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쉴 틈도 없이 너무 계속 프로그램을 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은 PD는 “1주일 내내 일만 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도 고갈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주말은 칼같이 놀아요. 사랑, 취미, 친구관계 모두 발전해야 다양한 소재가 나오죠”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태은 PD가 PD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도 했다.
 
▲ 김태은 PD(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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