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를 일부 인상하고, 나머지는 적립금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연금 지출을 충당하는 캐나다식 ‘부분적립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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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최근 서울시 중구 KG타워에서 진행한 연금개혁 좌담회에서도 재정안정은 물론 세대 간 형평성을 위한 제도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기금 역할론에 대해 뜨거운 논의가 오갔다. 국민연금 개혁의 주요 동기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 기금고갈 문제에서 촉발된 만큼, 재정안정성과 더불어 세대 간 형평성은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 주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납부한 금액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 대비 12% 이상 더 받도록 설계된 상태로, 이 예정된 수지적자를 ‘누가 언제 얼마의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가 개혁 논의의 핵심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적립금이 일정 역할을 분담해야 한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6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 개혁 과제”라며 “제도적 차원의 개혁과 함께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도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제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국회 연금특위 산하 자문위원회에 참여 중인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학계를 대표해선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시민사회 대표로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함께했다.
-수지불균형은 보험료 15% 인상으로 해소가능한가
-서구식 부과방식의 국내 적용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석재은=부과방식은 노인 부양에 필요한 재원을 전액 젊은 세대에게 거둬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출산율이 감소한단 점이다. 부과방식으로 가기 전에 보험료를 최대한 미리 부담을 시켜서 수지균형상태로 어느 정도 만들어줘야 한다. 미래세대는 낸 것보다 덜 받고, 기존 세대는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여서 연금 저항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같은 돈을 사적연금에 투자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실제 연도별 장래인구추계에 따른 부과방식의 보험료율은 2060년 39%까지 상승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세금으로 납부하면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GDP의 약 9%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보건복지부 2080년 GDP 9.4%, 자문위는 9%로 추산). 유럽 선진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노인 부양을 위해 지출하고 있는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기존 세대의 납부부담인 GPD의 2%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대로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모두 가중시킨다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 실제 선진국에서도 출산율 하락 및 노인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연금 납부 부담이 상승하면서 젊은 층의 저항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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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역할 강화론이 나오는데
-기금 수익률을 높여야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남재우=캐나다 연기금(CPPI)은 전체 연금 제도의 비용의 75%는 보험료가 부담을 하고 나머지 25%는 쌓여 있는 적립금이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하에서 연 6%의 장기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예전에는 고갈을 막으려면 기금이 10~20% 수익률을 내야 되니까 이거는 말도 안 되는 거다. 위험하게 운용하다가 다 날릴 수 있다. 이런 얘기가 나왔지만 ‘부분적립방식’으로 기금의 역할을 보완하게 되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목표 수익률이 나올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4%대 수익률을 목표로 맞춰져 있다. 이걸 6%대 수익에 수렴하도록 운용을 하면 대략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려면 지금 기금 운용 체계부터 많은 것이 바뀌어야 된다. 작년에 수익률이 마이너스 8%대였는데 지난해 상황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문제는 국민연금이 작년 같은 상황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연기금들에 비해서 더 선방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주식 채권 같은 금융시장에 바로 연동하는 자산의 비중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줄이고, 대체 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를 했다. 이런 식으로 국민연금도 바뀌어야 된다는 얘기가 10여 년 전부터 나왔지만 대체투자 비중을 못맞춰 왔다. 기금운용 체계나 운용조직도 개편해야 한다. 주로 대체인력이 이탈하고 있다. 대체투자는 펀드매니저 개인에 크게 의존하는데 운용역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집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오건호=이번 5차 재정추계 이후 기금의 역할이 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제도 안에서 개혁이 어려워지니 기금을 좀 강화하자는 것.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금 역할을 구분하자는 건데, 문제는 기금은 시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전략적 자산 배분의 문제인데, 하방 리스크가 문제다. 그런 면에서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여유자금 투자가 아니고, 그 수익은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다.
△정용건=기금운용은 잘하면 좋지만, 결국 위험 얼마나 안느냐의 문제다. 현재는 10년마다 한번 적자가 발생할 위험도에서 운용이 된다. 과거에는 채권 위주로 국민연금 기금을 투자해왔지만, 금리가 낮아지면서 수익제고를 위해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해왔다. 대체투자는 금융시장에서 전통적으로 투자해오던 주식과 채권에 대한 대체적인 성격을 갖는 자산군으로, 주로 부동산, 항만, 도로 등 인프라 자산과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말한다. 저도 이 정도 수준에서 운용성과는 상당히 양호하다고 본다. 작년엔 주식 채권 다 마이너스인 복합 리스크였다. 복합 리스크가 앞으로는 더 계속될 거다. 그런데 문제는 대체투자 비중을 많이 늘려줬지만, 우리 금융 전문가들이 역량이 되는지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 30년간 종사했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글로벌 투자해서 이익 나는 기관은 국민연금 한 군데다. 결국은 중기 자산 배분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운용역의 역량도 함께 고민을 해야 할 문제다.
-손실 면책같은 것이 있어야 국민연금도 공격적 운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재우=기금운용에서 리스크란 표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장기 투자계에서 실질적 위험은 주가가 빠졌을 때 손실을 실현할 때만 위험이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마이너스 20%가 위험인가. 아니다. 이는 평가위험이고 가성적 위험이다. 기금 역할을 모 아니면 도로 정하자는 게 아니라 균형을 잡자는 것이다. 부과방식 비용에서 기금이 얼마나 책임지게 할 것인지에 따라 감내할 리스크 수준이 달라진다. 캐나다가 이런 기준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개혁을 했다. (한편,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1988년부터 2022년까지 35년간 연금 보험료로 징수한 금액은 약 739조원이다. 이 중 연금급여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300조원, 운용 수익금은 지난해 말 기준 451조원으로 수익금의 기여가 적지 않다. 연평균 수익률은 5.11%다.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계획상 대체투자 비중은 15%다. 이에 비해 지난해 캐나다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지난해 59%에 달했다. 수익률은 국민연금보다 약 3%포인트 가량 높은 마이너스 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