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속죄” 아리셀 대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는 부인

법정서 “유족에게 사과의 말 전하고 싶다”
“원만한 합의 이뤄지도록 최선 다하겠다”
유족 측 “만남 거부하다가 재판서 사과”
“기만적…사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 등록 2025-01-07 오전 12:06:19

    수정 2025-01-07 오전 12:06:19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일차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65) 대표가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다만 그는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부인했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지난해 8월 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원지법 형사합의14부(재판장 고권홍)는 6일 중대재해처벌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PPT 발표 이후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그는 녹색 수의 차림으로 일어나 미리 적어온 사과문을 읽으며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고인이 되신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저는 아리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리셀은 수년간 적자인 탓에 제 개인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다 합의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원만히 합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 없다”며 “앞으로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은 지난 공판 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은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는데 박 대표도 이날 같은 뜻임을 밝힌 것이었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유족과 변호인 등 20여명은 박 대표가 사과문을 읽자 “경영 책임자가 아니어서 책임 못 진다며 이것도 사과냐”고 반발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호 법률지원단장인 신하나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표의 사과는 외형만 보면 굉장히 예의 있게 유족을 향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희가 사고 발생 이후 보낸 6개월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유족과 만남을 거부하다가 형사 재판에 처음 나와 유족을 향한 기만적 사과를 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 남은 재판 동안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발생한 아리셀 참사(노동자 23명 사망·9명 부상)와 관련해 유해 및 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준비하지 않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아리셀 측이 2020년 5월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불법으로 파견받은 비숙련 노동자들을 투입해 무리하게 생산을 이어가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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