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들은 인질을 베슬란 학교 체육관에 몰아넣고 러시아의 철수와 체첸의 독립을 요구했다. 체육관 중앙에 인질을 밀집시킨 이들은 인질을 둘러싸고 곧바로 기폭시킬 수 있는 폭약을 설치했다. 그리고 가장 큰 폭발 스위치에는 테러리스트가 올라서 그가 사망하거나 스위치를 벗어나면 곧바로 폭발하도록 만들었다. ‘데드맨 스위치’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들은 인질들에 러시아어만 할 것을 강요하며 이러한 내용을 다른 인질들에 오세트어로 통역해준 학부모를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였다.
수천 명의 인질이 잡혔다는 소식이 퍼지자 인근 지역에서는 분노한 시민 5000여명이 몰려와 민병대를 꾸렸지만, 테러리스트들은 “어린이부터 죽이겠다”고 협박해 학교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이후 테러범들은 학부모 한 명을 내보내 쪽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협상 대상자를 지정하고 “만약 우리 중 한 명이 죽으면 50명을 쏘고, 한 명이라도 부상을 입으면 20명을 죽이고, 5명이 죽으면 모든 것을 폭파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들이 보내온 쪽지에 담긴 전화번호는 한 자리가 틀려 접촉할 수 없었다.
협상이 늦어지자 테러리스트들 사이에서 내분이 발생했다. 여성 테러리스트는 어린이를 인질 삼은 것에 반대하며 아이들만이라도 풀어주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어린이를 풀어주자고 주장한 테러범은 몸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죽었고, 살아남은 다른 이들도 ‘배신자’로 찍혀 살해당했다. 이후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이 보낸 메모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성 21명을 총살했다.
인질극 이틀째인 9월 2일에는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전 대통령인 루슬란 아우셰프가 나서 테러리스트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현장에 잡혀 있던 아네타 가디에바는 지난 1일 러시아 매체 렌타(lenta.ru)와이 인터뷰에서 “아우셰프가 학교에 도착하자 여성들이 ‘루슬란! 도와주세요. 아이들을 구해주세요’라고 외쳤다”고 회상했다. 당시 아우셰프는 협상을 통해 여성과 아이 약 20여명을 석방시켰다.
사흘째인 3일에는 극도로 탈진한 인질들이 자포자기한 상태로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나데즈다 구리예바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 한 여성이 자신의 딸을 데리고 일어나 곧바로 테러리스트에게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테러리스트는 욕설과 함께 저주를 퍼부으며 여성에 기관총을 겨눴고, 구리예바는 이 여성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여성은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구리예바는 “그때는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고 렌타에 말했다.
구리예바 역시 창문에서 커튼을 흔들다 한 인질에게 창문의 격자 하나가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리예바는 아이들부터 창문을 통해 탈출시키기 시작했고, 어린아이는 다른 사람이 끌어안고 뛰어내리게 했다. 그때 테러리스트가 기관총을 들고 나타나 “인질을 석방시키지 마라”고 외치며 구리예바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 구리예바는 다행히 총을 맞지 않고 발을 헛디뎌 창문 밖으로 떨어졌고, 그대로 군대에 구출됐다고 한다.
이후 군대가 학교에 진입해 테러리스트 소탕을 시작하자 테러리스트들은 어린이들을 자신의 방패로 삼기까지 했다. 이후 화재가 발생한 체육관이 무너지며 수백여 명의 인질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진압 과정에서 군경도 수십여 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