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24.9원)보다 6.0원 오른 1330.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18일 1334.2원 이후 석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최근 환율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 한 달 전 1200원 중반대였던 환율은 지난 4일 1300원을 넘어서더니, 열흘 만에 1330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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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또 중국의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실업률 등 주요 경제 지표들도 줄줄이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돌면서 달러·위안은 7.31위안까지 치솟았다. 이에 역외 원·달러 환율은 1339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역외 환율을 반영하면 주요국 대비 원화 가치는 -5.1%로 하락 폭은 더 확대됐다.
미국은 7월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생산자물가가 오르면서 8월 물가 반등 우려가 커졌다. 또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다시 들썩이면서 미국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 시장금리가 장기 국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 정부가 장기채 발행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졌고, 수익률(금리)은 상승하고 있다.
중국 경기 부진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중국 경기 위축은 우리나라 수출 회복 지연 원인으로 작용해 원화 약세로 이어진다.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수출, 제조, 고용 등 경제 전반이 악화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부실 리스크까지 겹치며 위안화 약세 폭을 확대시켰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올해 연고점 수준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고 중국 부동산 채무불이행 소식에 환율 상방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면서 “이번 주 환율은 연고점인 1342원까지 오를 수 있고, 차트상으로 봐도 1345원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대내외적으로 환율 추가 상승을 제어해줄 만한 재료가 부재하다”며 “단기적으로 달러보다 엔화, 위안화 안정이 일단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환율 변동 범위는 1300~1340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