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검은머리 외국인` 주의보

중소형주 단기매입후 차익실현 속출..외국인 패턴과 `판이`
특정세력과 연계의혹도..규제 마땅찮아 "추격매수 주의를"
  • 등록 2005-03-21 오전 6:10:02

    수정 2005-03-21 오전 6:10:02

[edaily 김호준기자]"외국인이 꾸준히 매입하는 종목은 주가가 오른다." 외국인이 가장 강력한 매수세력으로 인정 받는 한국 증시에선 일종의 불문율로 통한다. 투자자들은 외국인의 매수 혹은 매도를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삼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사면 주가 오른다는 믿음을 약용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거래소와 코스닥 중소형 종목의 지분을 단기간에 늘렸다가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코스닥 테마주에도 투자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일반적인 투자방식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 일단 `검은 머리`(외국인을 가장한 내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은 대체로 기업실적 등 펀더멘탈이 우수한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외국인은 1~2개 증권사 창구를 통해 우량 종목을 꾸준히 매수한다"며 "여러 창구로 중소형주를 분산 매수한 이후 단기간 내 차익을 실현하는 외국인은 `검은 머리`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창기업 매수세력 `검은 머리` 외국인 의혹 18일 성창기업 주가는 외국인 대량 매수에 불구하고 하한가를 기록했다. 전날 외국인이 50만주 이상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0.33%에서 8.79%로 급격히 늘렸고, 이날에도 5만주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하한가를 면치 못한 것. 시장에서 특정 세력들이 `검은 머리` 외국인을 통해 물량을 털어 내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측에서도 17일 지분을 대량 매수한 외국인을 검은 머리로 추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0.56%를 넘긴 적이 없었다. 그만큼 외국인의 관심권밖에 있는 종목이었다. 평소에 무관심했던 외국인은 작년 8월 이후 성창기업 주가가 4~5배 오른 상황에서 17일과 18일 9.31%에 달하는 지분을 매수했다. 일반적인 외국인의 매매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코스닥 등록사인 화인에이티씨와 세림테크 역시 `검은 머리` 외국인이 다녀간 종목으로 의심 받고 있다. 단기간에 지분을 매집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린 이후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화인에이티씨·세림테크등 단타매매..테마주도 손대 외국인은 지난 1월13일부터 26일까지 화인에이티의 지분 4.37%를 확보했다. 이전까지 이 회사에 투자한 외국인은 없었다. 외국인이 지분을 매입하면서 이 회사 주가는 1월12일 2420원에서 2월15일 5120원까지 두 배 이상 올랐다. 이후 2월22일과 23일 외국인이 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내놓으면서 주가는 25일 4135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외국인 지분율은 0.69%에서 1.68%로 다소 늘었지만 최근 주가(18일 종가 기준)는 3900원으로 하락했다. 자동차용 점화플러그와 시가코일을 생산하는 세림테크도 1월31일 처음으로 외국인 손님이 찾아왔다. 외국인은 지난달 15일까지 지분율을 1.32%로 늘렸다. 주가는 28일 2000원에서 21일 38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외국인은 16일부터 매도세로 돌아섰고 이달 7일까지 전량 매도했다. 다음날 이 회사 주가는 2010원으로 떨어져 외국인 손님 방문하기 이전 주가로 원상 복귀했다. ◇외국인 단타매매 추격 매수하면 `낭패`볼수도 또 최근 들어 외국인은 이전에 거들떠 보지 않았던 코스닥 테마주에도 손을 대고 있다. 외국인은 줄기세포 테마주인 선진 지분을 10.69%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결과이다. 화폐개혁 테마주인 한네트와 대표적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테마주인 C&S마이크로, 무선인터넷업체인 신지소프트 등에도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입질이 잦아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소형 테마주에 대한 소규모 매매주문은 대체로 검은머리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작정 외국인 매수를 보고 따라갔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지난해 일진전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10월13일 일진전기 지분 396만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0.11%에서 10.10%로 늘렸다. 다음날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299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이 지분을 내다팔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2200원대까지 하락했다. 한솔CNS도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솔CSN는 외국인 대량 매수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외국인이 일순간에 빠지면서 급락했다. 지난해 9월 세양선박도 외국인이 치고 빠지는 과정에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검은 머리 외국인 규제수단 마땅치 않아.."투자주의"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에 역외펀드를 설립해 놓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평소 외국인이 관심 갖지 않는 종목을 여러 창구로 통해 분산 매수한 이후 단기간 내에 빠져나가는 경우 대체로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동일인이라고 해도 금융감독원에서 외국인 투자번호만 부여 받으면 각기 다른 펀드를 만들어 신고할 수 있다. 따라서 내국인이 외국에서 펀드를 만든 뒤 외국인을 가장해 매매해도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한 증시 전문가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 금융중심지에서는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수많은 서류회사(Paper Company)가 존재한다"며 "심지어 한 건물에 이름뿐인 유한회사(limited)가 수백개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펀드 구성 과정보다는 해당 펀드의 주식 취득 및 매매 과정의 투명성을 감독한다. 결국 검은 머리 외국인의 단타 매매에 따른 폐해는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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