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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니까. 어딜 그냥 가”
2020년 6월 8일. 서울 도로 한복판에서 응급차와 일부러 접촉 사고를 낸 30대 택시 기사 최 씨가 한 말이다. 당시 응급차에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폐암 4기 할머니가 타고 있었다.
당시 응급차 기사는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셔드리고 사건을 해결해드리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최 씨는 “다른 응급차를 부르면 된다. 처리하고 가라”며 응급차를 막아섰다.
오히려 최 씨는 응급차 기사에게 “너 여기에 환자 없는데 빨리 가려고 사이렌 켰지”라고 말하며 응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결국 할머니는 다른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병원에 늦게 도착한 탓인지 접촉 사고 5시간 만인 당일 오후 9시 끝내 숨졌다.
해당 사건은 유족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통해 알려졌고,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73만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지난 2020년 7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어떤 식으로 책임지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무슨 얘기하시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최 씨는“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치며 “뭘”이라고 답한 뒤 “왜 이러세요”라고 언급했다.
최 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도 변호인을 통해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씨는 지난 2020년 10월 1심에서 공갈미수, 사기,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틀 만에 항소장도 제출했다.
1심 재판부가 “해당 사건을 포함해 다년간 고의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 사고로 보험금과 합의금을 갈취했다”고 지적했지만,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검찰이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와 재범 위험성,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해 달라”며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유족들의 생각과 달리 최 씨는 살인죄도 적용받지 않았다. 재판에 앞서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 여부를 물었지만, 근거가 부족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의협은 지난 2020년 9월 해당 사건에 대해 “구급차가 12분 정도 지연된 것이 피해자의 건강상태 악화로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감정서를 냈다.
유족 측은 지난 2020년 7월 최 씨를 상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과실치사·과실치상, 특수폭행 치사·치상, 일반교통방해, 일반교통방해 치사·치상,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담은 고소장을 제출했다.
재판 결과에 유족은 울분을 토해냈다. 사망한 할머니의 아들 김 씨는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뭐를 반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