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세계 곳곳에서 폭우·홍수·폭염·가뭄·산불 등의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예상하지 못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극단적 겨울 가뭄과 강풍 등으로 올해 6월까지 586건의 산불이 발생, 산림 2만 3918헥타르(239.18㎢)가 불타 없어졌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피해면적 1087헥타르(10.87㎢)의 21배가 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상이변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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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시기·규모 매년 확대…“30년래 세계 경제 18% 위축”
현재 지구 전체 면적의 5분의 4 이상, 인구의 85%가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를 더 이상 일상생활에서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과거와 다른 시기, 다른 지역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면 열에 아홉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8번째(2020년 기준)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한국도 기온의 우상향 추세가 뚜렷하다. 연평균 기온 상승폭을 10년 단위로 보면 △1980년대 11.96℃ △1990년대 12.26℃ △2000년대 12.54℃ △2010년대 12.8℃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오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 지표 온도는 1880~2012년 사이 0.85℃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에선 1912~2017년 사이 1.8℃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의 발생 빈도가 늘어나며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유럽, 아메리카 대륙 15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향후 5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 상승해 세계 경제가 178조달러 또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6%(2070년 기준)에 해당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봤다.
세계 제2위의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도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의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 및 생산성 손실이 커질 것”이라며 “대응하지 않는다면 향후 30년 동안 세계 경제가 18%가 위축될 수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경제국들은 30년 안에 GDP의 10%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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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적극 주도해 온 선진국들이 올해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대폭 축소되자 잇따라 석탄화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석탄화력 발전을 재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2030년까지 석탄 퇴출을 약속했던 독일은 이제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며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석탄화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이를 통한 전력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를 다룬 시간은 90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핑계로 기후변화 대응에 손을 놓아선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탓으로 돌려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을 정당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하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한 온난화 1.5℃ 제한 약속을 결코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역시 현 추세대로라면 21세기 말 평균기온이 2.9~4.7℃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