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와 AI 인재경쟁서 루닛이 밀리지 않는 까닭

  • 등록 2024-12-03 오전 8:44:36

    수정 2024-12-03 오전 8:44:36

이 기사는 2024년11월26일 8시44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인공지능(AI) 엔지니어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제공하거나 팀을 통째로 영입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실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AI 엔지니어에게 연봉 92만 달러(약 12억원)를 제시하기도 한다. 일반 개발자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AI에 능통한 엔지니어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주로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같은 IT 기업과 의료AI 분야의 루닛 등에서 인재 유치 경쟁이 조용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루닛이 무조건적인 고연봉 정책이 아닌 미래 지향적 인재 확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전문가 유치 경쟁 치열한 이유는

2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인재 부족은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2022년 기준 AI 전문가는 78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이들 ‘몸값’은 치솟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연구에 따르면, AI 전문성을 갖춘 근로자의 연봉은 평균보다 18% 이상 높다. 국내에서도 AI 개발자는 연봉 1억원 이상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LG그룹 등이 진출한 바이오·헬스케어와 같은 산업에서는 단순 AI 전문가가 아닌 하이브리드 인재가 요구된다. AI 기술을 보건의료나 제약 분야에 접목하려면,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I와 의료 분야 이해도를 모두 갖춘 인재는 더욱 희소한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인공지능 전문 인재 수 국가별 분포. (자료=엘리먼트 AI, 한국경제인협회)
헬스케어 분야에서 신약 개발, 의료 영상 분석, 원격 진단 서비스 등은 모두 AI 기술에 의존한다. 관련 직군은 AI 기반 신약 개발자와 데이터 과학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등이다. 연봉과 복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며 채용 공고 1순위에 오른다.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케어산업협회 국장은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차세대 경제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AI 기업들은 만성적인 인재 부족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과 함께 AI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재 유치와 유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인재들이 루닛에 머무는 이유는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이 인재 경쟁을 벌이는 기업은 루닛과 같은 AI의료 기업이다. 루닛은 이러한 ‘인재 전쟁’ 상황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어 관심 대상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배경으로는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 IT와 의료를 융합한 독특한 직무 환경, 그리고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이 꼽힌다. 특히 의료와 AI의 융합 분야라는 특수성 덕분에, IT 기업에서 루닛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루닛은 AI 연구 및 개발 인력이 전체 직원의 40% 이상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100만원이다. 이는 의사(전문의) 출신 풀타임 직원 약 15명을 제외하고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실적에 따라 연봉이 크게 상승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성과를 보상한다.

루닛 관계자는 “AI 인재 확보 전쟁은 단순한 채용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며 “루닛은 뛰어난 기술력과 독특한 직무 환경,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통해 AI 인재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닛 인력 구성 학력 현황 (자료=루닛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루닛은 단순한 IT 기업이 아니라 AI와 의료를 융합한 특수 분야에서 활동한다. 이 점은 IT 업계에서 루닛으로 이직하는 인재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구글, 인텔 등 글로벌 기업 출신의 유성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루닛에 합류하며, 루닛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도 있다. 유 CTO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의료AI 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껴 이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닛 관계자는 “AI와 의료의 융합은 전통 IT 기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도전 과제를 제공한다”며 “보상을 떠나서 기업의 성장성과 새로운 커리어 경험이 메리트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루닛이 AI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경력 기회를 제시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수한 뉴질랜드 기업인 볼파라 인력도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볼파라는 유방암 조기 진단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으로, AI 신산업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가 약 150명 정도 근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볼파라는 의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미국 의료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루닛 관계자는 “볼파라의 구성원별 전문성과 미국 의료 시장에 대한 네트워크는 루닛의 글로벌 사업 확장, 특히 미국 시장 진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직원 복지 역시 눈에 띈다. 루닛은 임직원 상해보험, 건강검진 지원, 출퇴근 식사 제공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루닛은 채용 과정에서도 높은 기준을 유지한다. 지원자는 역량 평가 인터뷰와 컬처핏 인터뷰를 통해 기술력과 회사 문화 적합성을 모두 검증받는다. 특히 컬처핏 인터뷰에는 CEO가 직접 참여해 회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인재를 선별한다.

이러한 철저한 검증 과정은 루닛의 팀워크를 강화하고, 직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한다. 이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루닛 관계자는 “복지를 통해 단순 물질적 혜택을 넘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향상,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 그리고 건강한 근무 환경 조성을 목표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며 “고급 인력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루닛 출신 AI 인재는 휴런 등 국내 AI의료 기업에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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