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와의 계약은 주로 바이오마커 AI 기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바이오마커란 암 진단 마지막 단계인 병리 분야에서 질병에 대한 약물의 반응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를 말한다.
다음 계약 후보로는 글로벌 1위 의약품 키트루다를 보유한 미국 머크(MSD)가 언급되고 있다. 팜이데일리는 18일 바이오마커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옥찬영 루닛 최고의학책임자(CMO)를 만나 미국 시장 상황과 추가 계약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루닛 스코프, 바이오마커 분야 혁신...최대 강점은
옥찬영 루닛 최고의학책임자는 먼저 AI가 바이오마커를 통해 면역항암제 시장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는 병리학에서 암세포와 주변 환경을 분석하려면 병리과 의사가 현미경을 통해 조직 슬라이드를 관찰하며 10만 개 이상의 세포를 정성(숫자로 나오지 않는 방식)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객관성과 정밀도 면에서 한계가 뚜렷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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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블록버스터급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를 보유한 대형 빅파마와 지속적인 협업 가능성이 높다. 면역항암제는 1회 투여에 최대 1억원(비급여 기준)에 달할 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약효가 잘 발휘되는 암 환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면역항암제 사용 전 바이오마커를 병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는 “면역항암제의 성공 여부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AI는 조직 내 세포 분포와 그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치료가 잘 될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선별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최근 연구 결과, 기존 바이오마커 대비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최대 1.5배 향상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AZ와 공동 개발 계약, 매출 기대 시점은
최근 루닛이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입증한다. 루닛은 미국 머크의 글로벌 1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치료를 받은 희귀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치료 효과가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 루닛은 최근 미국 1위 암 전문 병원 MD앤더슨과 종양 내 면역세포의 밀집도를 나타내는 ‘종양침윤림프구밀도(iTIL)’와 전체 조직 중 암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인 ‘종양 분율(TC)’을 측정했다. 키트루다 사용 시 두 지표 모두 반응을 보인 환자는 질병 진행 위험이 68%, 사망 위험이 7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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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와의 공동 개발 계약도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매출이 기대되는 협업이다. 루닛은 17일 AZ와 면역항암제 타그리소의 EGFR 변이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타그리소는 전 세계 70만 명이 사용하는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5%를 차지하며, 절반은 EGFR 변이로 발생한다. 이처럼 시장성이 큰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의 환자군을 기반으로 돌연변이 예측 기술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옥 CMO는 “기존 NGS 검사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지만, 루닛의 AI 기술은 5분 만에 결과를 제공하며 정확도도 높다”며 “루닛의 인공지능은 대형 병원과의 협업으로 지속적인 ‘자가 학습(딥러닝)’을 하고 있고 학습할수록 대형 제약사와의 계약은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AI 바이오마커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자가 있지만 기술적으로 견줄만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그는 “미국의 패스AI(PathAI)와 유럽의 오킨(Okin), 뉴클리아 등 여러 회사가 유사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하지만 루닛은 단순히 병리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레디올로지(영상의학)와 병리를 통합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한 통합적인 접근법으로, 다른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루닛 관계자도 “내년 루닛 스코프의 미국 사업 확대를 통해 의미 있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옥찬영 최고의학책임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공의, 임상강사를 거쳐 테라젠이텍스(066700) 바이오연구소 이사, 메드팩토 임상시험본부장(CMO)을 지냈다. 루닛에 합류하기 전까지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