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19년 전인 2005년 11월 10일. 충주지역 6개 고등학교 재학생 1700여 명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A양을 위해 학교폭력조직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제출했다.
학생들은 진정서에서 “A양은 수 차례에 걸쳐 가해자들에게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로 숨진 친구의 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 사진=YTN 캡처 |
|
사건은 같은 해 10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양은 충주시 성서동의 한 골목에서 또래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그 충격으로 가출을 했다.
그로부터 3일 뒤 A양은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경비원이 5일 오전 8시께 숨져 있는 A양을 처음 발견했다. A양이 남긴 유서에는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학교가기가 무섭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알고보니 A양을 폭행한 가해 학생들은 ‘메두사’라는 일진회에 가입돼 있었고, 이들의 폭행은 A양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메두사’ 학생들의 집단폭행 사건 4건을 별도로 적발했다. 이들은 2002년부터 충주지역 고교생 4명을 폭행해왔으며, 주로 자신들의 남자친구와 사귀거나 자신들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YTN 캡처 |
|
메두사 회원 5명, 관련 학생 9명까지 총 14명의 학생들은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충주지역 고교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정서를 제출하고 촛불 집회를 개최하는 등 A양의 안타까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칠 뿐이었다.
A양의 가족은 가해 학생 8명과 부모 12명 등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냈다. A양의 폭행을 주도한 여학생 4명은 검찰에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장기 8월에 단기 6월을 선고받은 뒤 항소해 2심에서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사진=YTN 캡처 |
|
더불어 법원은 집단폭행과 자살은 인과관계가 없다며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한 피해학생 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7년 4월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부는 “피고들은 원고 부부에게 위자료로 500만원을, 언니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학생들의 폭행으로 피해 학생이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자살한 것은 맞지만 피해 학생이 유난히 자존심이 강했고, 폭행사고에 대해 친구가 신고를 권유했음에도 ‘그것보다는 죽어서 괴롭히고 싶다’고 말한 것 등으로 미뤄 폭행과 피해 학생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A양이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학생과 가족들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