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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때는 2019년 5월 28일이었다. 이날 A씨는 서울 관악구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B씨를 발견하고 그를 몰래 뒤따라갔다. B씨 주거지에 다다른 뒤에는 B씨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택 앞까지 올라갔다.
A씨는 B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따라가 현관문이 잠기지 않도록 손으로 문을 쳐냈다. 이내 문은 잠겼지만 A씨는 B씨 자택 앞에서 서성이며 2~3분 간격으로 ‘떨어뜨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 달라’며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렀다.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 돌리기도 했으며 휴대전화 라이트를 비추고는 비밀번호를 찾아내려 도어록을 누르기도 했다. 수차례 시도한 뒤에도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A씨는 발길을 돌려 현장을 떠났다.
이후 A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SNS에 공유되며 사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상은 트위터(현 X)에서 수만 건 이상 리트윗되기도 했으며 A씨는 자신에 대한 수사 사실을 인지하고 이튿날 112에 신고해 자수 의사를 밝혔다.
조사 결과 A씨는 2012년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술에 취한 여성을 따라가 강제추행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法, 주거침입만 유죄로…강간미수 혐의는 무죄
A씨 측은 법정에서 “(피해자와) 같이 술을 마시자는 마음이었지만 강간 의도는 없었다”며 과음으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물건을) 습득한 게 있어 문을 열어 달라고 한 것”이라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보고 따라간 것과 피해자의 거주지 엘리베이터에서 무슨 말을 한 것 같다’는 정도만 기억난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한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강간할 의도로 행동했다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피해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뒤따라갔다는 피고인 주장을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간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A씨가 실행에 착수한 것이 아니며 현관문을 치는 것이 의심 없이 강간으로 이어질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이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심 과정에서 추가된 강제추행 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의 의도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지만 그러한 의도만으로 처벌하려면 특별한 규정이 사전에 법으로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강간 범행을 향한 피고인의 직접 의도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이 사건에서 단지 ‘강간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만으로 쉽게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법원이 A씨 측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