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목돈 모은다고 생각하고 투자했는데 펀드수익률이 -20%예요”
“손해를 감수하고 환매하고 적금이나 넣을까 봐요!”
지난주 종합주가지수가 1400포인트를 하향이탈하자 투자자들의 환매문의가 빗발쳤다. 투자하고 있는 지역이나 가입시점이 각기 달랐지만 공통된 문의는 ‘추가하락에 대비하여 펀드를 환매해야 할지?’였다. 어떤 투자자는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 대부분 손실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지금이라도 손실을 확정하고 마음 편한 투자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심지어는 원금의 50%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어 차라리 환매하고 직접투자를 해서라도 빨리 원금을 회복해야겠다는 투자가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강조하는 말이 있다. 진부하고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투자의 제1의 성공원칙이자 진리인 장기투자를 이야기 한다. 즉 당초 펀드를 가입할 때의 투자목적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고통을 이기고 장기투자모드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물건을 사야 한다면 싸고 사고 싶나요? 비싸게 사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누구나 싸게 사고 싶어한다. 이처럼 적립식투자자에게 지금의 주가하락은 펀드를 싼 가격으로 더 많이 살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렇다고 주위환경을 감안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장기투자가 능사는 아니다. 미국에서 출발한 현재의 글로벌 신용위기는 정부의 시장개입대신에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신 자유주의(Neo Liberalism)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본연의 업무영역과 리스크 관리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욕심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투자은행들, 세계최대의 보험사인 AIG까지 자기 탐욕의 희생양이 되었다. 미 정부와 FRB 그리고 세계 중앙은행에서 긴급구조금융을 지원해 큰 위기는 모면한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로 투자은행, Alt-A 모기지업체와 상업은행은 물론 실물경제에 까지 그 위험이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그러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이겨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초대형 태풍 급의 심한 외풍에도 견디고 있는 것 이다.
현재의 위기가 바닥을 찍었는지 아니면 더 내려갈 지하실이 층층이 남아있는지 알 수 없으며, 단순히 유가·환율·금리·유동성 등의 거시경제지표 외에도 국제간의 이해관계와 선거 등의 정치변수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의 삐끼식의 지수예측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의 변화는 실로 변화무쌍하여,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크고 작은 파도와 같다.
지금은 큰 파도에 우리의 몸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한두 개의 큰 파도를 넘었다고 안심해서는 안될 상황이므로 큰 변동성이 진정되고 잔 파도를 확인한 후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가세하거나 손절매를 하기보다는 희망의 항해를 위해 주변을 살펴야 할 것이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두려움이 가득했던 시장을 돌이켜보면 기회인 적이 많았다. 지난 1년간의 수업료와 고통은 앞으로의 길고 긴 투자인생에 큰 교훈이자 앞으로도 다가올 고통을 다스리는 묘약이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최근 글로벌 주식시황을 점검하고 펀드투자자의 대응 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 안습의 주식형펀드 수익률!
2008년 국내증시는 연초 이후 23.3%의 하락세를 보여 MSCI-World지수 하락률 -19%을 앞지르고 있으며, 정작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를 가져온 미국의 주가 하락률은 14.1%에 머무르는 아이러니를 보여,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는 감기에 걸린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증명하는 듯한 악몽의 2008년이다.
이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의 심사도 편치만은 않다. 펀드펀드평가사 펀드닥터에 의하면 국내 일반주식형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23.2%였으며,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식과 테마형펀드의 경우 일반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을 앞섰다.
해외펀드의 수익률 또한 저조했다.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글로벌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23%을 나타냈으며, 특히 경제성장률 하향과 거품논란으로 중국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39.73%로 낙폭이 컸으며, 펀드에 몰빵한 투자자들은 수익률공포에 떨었던 암울한 2008년이 지나가고 있다.
◈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투자의 역사도 반복한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시청률 우위를 다투는 프로그램을 보면 사극이 많다.
지금은 종영된 ‘태왕사신기·대조영·이산·왕과나’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인기 드라마이다. 주연배우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모든 과거는 지나간 미래다’라는 역사에서 미래를 미리 배운다는 교훈도 무시 못할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투자 또한 과거에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다소 편협한 사례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펀드가 대중화된 것은 2005년 증시가 장기 상승추세를 보이던 시점과 궤를 함께 한다. 2005년 1월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8.7조에 불과했지만, 1년 후인 2005년 말 26조원으로 300%이상 증가했으며 펀드 수익률 또한 50%이상으로 펀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6년은 북한 핵실험과 H그룹의 비자금 사태로 글로벌 증시의 상승행진에서 철저히 외면당해 펀드수익률 또한 저조 했다. 1년 내내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펀드 투자자들의 심적 부담은 적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견뎌냈던 투자자들은 2007년 증시상승에 따른 그 열매를 마음껏 수확하였다.
◈ 펀드런: 내 펀드 어찌 하오리까?
최근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의 설정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에 경험했던 학습효과 때문인지 주식형펀드의 설정금액은 증가일로에 있다.
최근 펀드런(Fund Run)우려로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회원, 지인, 고객 그리고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 치고 있다. ‘주가가 더 떨어진다고 하는데 환매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필자는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펀드투자 한두 달 보고 한 겁니까? 처음에 펀드투자할 때의 초심을 생각하고 한발 뒤로 물러서서 펀드 수익률을 냉정하게 지켜보세요!’
펀드런(Fund run)이란? : 펀드 수익률 하락을 우려하여 투자자들이 일시에 펀드를 환매하는 현상으로, 은행이 예금지급 불능 사태에 빠질 것을 우려해 가입자들이 일시에 예금인출에 나서는 '뱅크런(Bank run)' 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금의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나 감내하기 힘든 시련의 시기이다. 아무리 장기투자마인드를 가지고 투자한다손 치더라도 단기간에 수십%의 손실에 초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떤 일에서건 스트레스를 가장 덜 받는 방법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원론적인 입장에서 자신을 뒤돌아 보는 것이 아닐까?
수익률을 자주 보지 마라! : 필자는 고객과 상담을 할 때면 고객들에게 당부하곤 한다. ‘자금이체 및 송금 등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사이버 접속을 하지 말라’고 한다. 간혹 인터넷에 접속하여 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펀드에 적힌 이름표(재무설계상의 펀드의 목적)를 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즉, 10년 후 자녀의 교육비 용도로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매우 높거나 낮을 경우 환매 충동을 느낄 수 있으며, 수익률로 인한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펀드의 수익률은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점검하여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해주는 것이 좋다. 투자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인데 매번 펀드수익률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발 물러나서 수익률을 보라!: 간혹 ‘적립식펀드의 납입일은 언제로 하는 것이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투자를 하면서 같은 노력과 비용이라면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팁은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통계기간을 짧게 잡고 납입일별 수익률을 집계해 본다면 월초, 월 중, 월말 중 수익률이 좋은 시점이 포착될 것이다.
하지만 투자기간을 돋보기가 아닌 한발 뒤로 물러서서 관찰한다면 통계적으로 언제가 좋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것의 무의미 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짧은 구간 동안 돋보기를 이용하여 단기적인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서 실눈으로 펀드 수익률을 바라보는 것도 정신건강이나 투자수익률에 유리할 것이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라!: Dollar Cost Average(펀드단가 평준화 효과)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용어일 것이다. 적립식펀드는 주가가 오르던 떨어지던 기계적으로 매월 특정일에 일정금액을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적립식펀드 투자자에게 주가하락은 겁낼 일이 아닌 펀드를 싼 가격에 더 많이 살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주가 급락에 겁먹고 불입을 중지하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분산 투자하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생이벤트를 맞이해야 한다. 결혼, 내 집 마련, 자녀교육비, 자녀 결혼비용, 노후생활 등 매 이벤트를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벤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비록 적은 돈이지만 미리미리 실행하여 복리효과를 극대화 하여야 한다.
따라서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특정상품이나 펀드에 몰빵투자하기 보다는 각각의 이벤트에 맞는 상품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 또한 분산의 의미는 펀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눈다는 의미보다는 투자자산간의 배분과 투자시점간의 배분 또한 염두에 두고 실행해야 한다.
장기투자를 이야기 할 때마다 필자는 ‘분산투자의 법칙’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을 이야기 하곤 하는데, 이 글이 최근 급락장세에 아파하는 투자자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 투자자들이 나쁜 시장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 다음 해도 지난해와 같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가장 위험한 가정이다.
역사는 번번이, 수익을 좇는 투기자들에게, 시장 예측을 틀리게 하는 벌을 준다. 이것을 생각하라. 지난 세기에 증권시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대공황(1929~32년), 제 2차 세계대전 직전(1939~41년), 베트남 전쟁직후(1973~74년), 그리고 기술주 버블 붕괴후의 약세장 (2000~2002년)이다. 그러나 몇 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좋은 시장도, 나쁜 시장도, 3년이상 가지 않았다. 한가지 예외로, 1929년부터 1932년까지 4년 연속으로 약세가 지속된 적이 있으며, 또 다른 예외는 1995년부터 99년까지 5년동안이나 지속한 강세장이다. 이 외에는 더 오랫동안 강세나 약세를 지속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용산지점 차장/ 딸기아빠의 펀펀 재테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