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과정에선 치열하게 싸웠으나 새롭게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쟁을 그치고 국민을 위해 협치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일정 기간까지는 여야가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기간을 ‘허니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 후엔 이런 ‘허니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여야 모두 과거 같이 국민을 위한 ‘통큰’ 정치를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여야에서 가장 힘있게 지적했던 이슈 중 하나가 바로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와 관련된 논란이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과 논문표절, 김씨는 법인카드 유용이 문제가 됐다. 이런 가족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이 문제를 꺼내 드는 것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얘기한대로 ‘쪼잔한’ 일이다.
민생 패싱 정쟁은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도 변함없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국감에서도 정책 이슈는 실종된 채 ‘윤석열차’ ‘대감(대통령실과 감사원)게이트’ ‘외교참사’ 등 정쟁 이슈만 나온다.
여야가 민생과 관련없는 ‘진흙탕’ 싸움을 하는 동안 정치권을 향한 민심은 싸늘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조사한 결과,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올해 처음이자 1년 4개월 만에 30%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제는 여야가 이같은 ‘쪼잔한’ 공방에 매몰돼 있는 동안 나라는 큰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고물가, 고환율, 부동산·주식시장 침체, 경상수지 적자 등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은 구체적으로 나열하지 않아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금융과 실물 경제 모두 타격을 입으면서 과거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넘는 새로운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소인배 정치를 그만두고 국민과 민생을 위한 길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 전체를 상대로 국민소환 운동이 벌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