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보루 애플까지..‘약세장 진입’ 초읽기
FAANG 가운데 유일하게 약세장 진입을 거부해오던 애플의 주가는 이날 아이폰 신형모델에 대한 매출 우려가 부각하면서 장중 한때 4% 이상 급락했다. 전고점 대비 20.5% 하락률을 보이면서 약세장에 진입한 것이다. 막판 19.9% 하락률로 마감하면서 약세장 진입은 다시 미뤘지만, 재진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만약 애플의 주가가 내일(20일) 주당 185.66달러 밑(0.2달러 하락)에서 마감한다면 2016년 5월이래 줄곧 유지해온 강세장은 끝난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20.3%, 아마존의 경우 25.4%의 낙폭을 보였다. 페이스북은 이날 6% 가까이 급락하며 전고점 대비 39.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마켓워치는 “애플은 장중 약세장에 진입했고, 알파벳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약세장을 기록했다”고 썼다.
문제는 기술주의 약세가 단순한 투자심리 때문이 아닌 금리 인상과 무역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여러 구조적 악재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데 있다.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크리스 자카렐리 IAA 최고투자책임자는 “기술주들이 미국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등 3가지 위협에 사로잡혀 있다”고 진단했다. BNY멜론의 얼리샤 러빈 수석투자전략가는 “그간 증시를 견인한 대형 기술주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렉 루켄 루켄인베스트먼트어낼리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연말까지 기술주의 하락을 볼 수도 있다. 추가적인 주식 매도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실제로 중국과 일본, 독일에서 이미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난 가운데 홀로 성장세를 보여왔던 미국의 경기도 내년에 꺾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감세 효과가 지속하기 어려운 데다, 연준의 긴축기조가 이어지면서 더는 ‘호황’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최근 3%대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2%대로, 하반기에는 1%대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GDP 성장률은 지난 2분기 4.2%(연간 환산율)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속보치 기준으로 3.5%를 기록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해 3분기 3.5%에 달했던 미 성장률이 내년 하반기엔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1분기 성장률은 2.5%를 기록한 후 2분기 2.2%, 3분기 1.8%, 4분기 1.6%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게 골드만의 관측이다.
그나마 연준발(發) 시그널이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기울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소위 ‘약간의 둔화 조짐’ 발언이나,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의 ‘현 금리의 중립금리 근접’ 언급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스트래티거스리서치의 돈 리스밀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은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한 뒤 “내년 연준의 긴축이 2차례 정도에 머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 과열 등을 이유로 “내년 4차례의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