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獨·日도 출퇴근 기록 법제화…노동계·MZ도 일단 긍정적

[근로시간 기록 의무화 입법 추진]
유럽선 2019년 '근로시간 관리시스템' 구축 판결
독일·프랑스 등 시행…일본도 기록관리 의무 부여
노동계 MZ도 “투명한 관리가 공짜 야근보다 낫다”
처벌 수위·규제 방식 등은 숙제로
  • 등록 2023-03-22 오후 6:45:54

    수정 2023-03-23 오전 8:17:07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화’는 사실 ‘주 최대 69시간제’를 필두로 한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앞서 추진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근로시간에 대한 정확한 산정 없이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우려는 물론, 정부가 주52시간제 유연화의 혜택으로 제시한 장기휴가도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화는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지난 2019년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EU 회원국이 사용자(고용주)에게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7일 평균 근로시간 48시간 초과 금지, 근로일간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게시간 보장 등 EU의 근로시간 지침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서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제도가 없다면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고, 그렇다면 법이 준수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디지털 기기 등을 활용한 근로시간 기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도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관리할 책임과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타임카드와 컴퓨터 사용시간 등의 객관적인 기록을 해야 하고, 부득이하게 근로자가 스스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경우 신고된 시간이 적정한지 확인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노동의 미래 포럼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기록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면 장기휴가 활성화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정부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연장근로 시간을 저축하고, 수당이 아닌 휴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제주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근로시간 기록관리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전제조건”이라며 “통장 관리가 허술하면 모아둔 돈을 쓰기 어려운 것처럼, 근로자가 일해서 저축한 시간을 명확하게 관리해야 기본적으로 제도를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도 근로시간 기록관리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을 명확하게 관리하는 것이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보다 낫다”면서 “다만 어플리케이션(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경우 퇴근한 것처럼 꾸미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노조에서도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화’ 필요성을 인정했다.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통제·감시에 대한 우려보다 근로시간이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아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임금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처벌 수위나 규제 방식에 대해선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특히 인사 체계가 부실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사용자가 처벌받을 위험이 크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특수 업종에 한해 포괄임금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예외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거쳐 계약을 파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만나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안과 관련해 현장에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안다”면서 “정부는 공짜야근, 임금체불, 근로시간 산정 회피 등에 단호히 대처해 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자율·준법·신뢰의 노동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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