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전투기 제조 업체 록히드마틴의 로켓 엔진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인수 성사 시 록히드마틴의 독점력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국방부의 비호를 받아온 방산업체를 막아섰단 점에서 리나 칸의 능력이 평가되고 있다.
|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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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FTC는 록히드마틴이 로켓 엔진 제조업체인 에어로젯 로켓다인 홀딩스를 44억달러(약 5조 2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FTC 위원은 공화당 2명, 민주당 2명으로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록히드마틴 소송 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록히드마틴 측은 에어로젯의 인수가 자신들의 고객인 미국 국방부에도 이익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록히드마틴의 에어로젯 매출은 전체 33% 정도인데, 이번에 이 기업을 인수하면 수수료 비용이 절감되므로 국방부에도 보다 저렴하게 무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FTC의 반독점 기조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수십 년간 인수합병을 거듭한 결과 주요 공급업체를 삼켜서 경쟁을 끝내려고만 하는 거대 방산업체만 남았다”라며 “나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방위산업의 거인들을 공격적으로 제어하려고 하는 FTC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미국 정부와 방위산업에 대한 지금까지의 역사를 감안하면 리나 칸의 상당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독점법의 회색지대에 놓여 있던 방산업체를 손본 것이면서도, 이들 기업에 호의적이었던 공화당을 설득한 것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FTC가 꾸준히 반독점법에 대한 컨센서스를 모은 결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리나 칸 단독으로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려는 세력을 부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리나 칸은 CNBC에 시간과 비용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독점 문제를 선례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반독점법 등 입법을 통해 시스템을 바꾸기도 하겠지만, 법원 소송에 거대 기업의 무분별한 인수합병이 불법이란 판례를 만들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이다.
리나 칸의 FTC 위원장 부임 이후인 작년 11월 미국 법무부는 출판사인 팽귄 랜덤 하우스의 사이몬앤슈스터 인수를 차단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그 다음 달 엔비디아가 400억달러(48조원)에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을 인수하는 건에 대해서도 소송을 걸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 건도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모두 거대 기업의 시장 독점이 염려된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