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Vs 6개월'..포스코-산업부 침수 피해 복구 공방 이면은[이슈분석]

태풍 힌남노 피해 두고 산업부, 포스코에 '책임 물겠다' 엄포
재계에서는 기업 피해 두고 정부 책임론 이례적 반응
정치권 나서며 경영진 교체 명분 쌓기 아니냐 풀이도
  • 등록 2022-09-19 오후 5:23:15

    수정 2022-09-19 오후 9:27:56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포스코가 태풍 힌남노로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의 복구 상황을 연일 상세하 알리며 3개월 내 모든 공장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최정우 회장이 직접 현장에서 삽을 들고 진흙을 퍼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포스코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를 향한 일종의 ‘반박성 해명’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산업부가 지난 14일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TF’를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포스코의 열연공장의 복구가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는 이뿐만 아니라 이번 태풍 힌남노에 앞서 통상 태풍보다 더 철저한 대비를 했다는 점 또한 거듭 강조한다. 포항제철소 가동 이래 처음으로 태풍이 상륙하기도 전부터 전 공정을 가동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가장 피해가 컸던 열연 공장의 경우 냉천이 범람해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17일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이번 태풍으로 2조400억원의 매출 감소를 입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포스코가 피해의 당사자임에도 이처럼 복구 기간과 복구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선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부는 포스코의 침수로 철강 생산이 멈추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자동차부터 선박, 가전 등 후방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를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태풍의 대비 과정에서 경영진 등의 책임이 있었는지를 묻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1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태풍에 대해 이미 예고가 많이 됐고 그런 면에서 보면 기업도 사전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며 “더 강하게 준비했어야 한다, 이런 아쉬움도 있다”고 답해, 조사 결과에 따라 포스코에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것임을 재차 시사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철강 산업이 기간 산업이라고 해도 기업의 피해를 두고 정부가 책임을 묻겠다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편에서는 이번 태풍 피해를 전 정권 당시 임명한 최정우 회장 등 경영진 교체의 빌미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인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포스코의 상황을 둔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면서다. 앞서 지난 16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충분히 예견됐고 마땅히 준비했어야 하는 대비책 마련에 소홀한 것이 드러난다면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포항제철소의 복구 기간이 3개월인지, 6개월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복구 기간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중대 사안인 만큼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해당 피해 기업인 포스코가 서로 사전조율없이 복구 기간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의아하다는게 업계 반응이다. 복구 기간에 따라 수급 차질뿐 아니라 가격인상 등 변수들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양측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고객사와 유통점에서 보유한 열연, 후판, 스테인리스 등 주요 철강 제품의 재고가 2~3개월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계획대로 3개월 내 복구가 가능하다면 수급 대란 등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나 산업부의 추정대로 복구가 6개월까지 이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국 양측 모두 피해 복구 기간을 놓고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에서는 반도체도 핵심 사업이지만 만약 반도체 기업이 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을까 하는 얘기도 나온다”며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포스코를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발생한 공방 아니겠나 하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냉천을 메우면서 강폭이 좁아져 물길이 막힌 모습. (사진=포스코)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