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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환자 돕다 숨진 간호사...남편 "평소처럼" 울먹

  • 등록 2022-08-05 오후 6:47:36

    수정 2022-08-05 오후 10:52:4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5일 오전 발생한 경기 이천 화재 현장에서 간호사 A(50)씨가 환자들을 먼저 대피시키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은 오전 10시 17분께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으나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4층 투석 전문 병원에 있던 환자 4명과 A씨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 간호사들이 환자들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른 뒤 대피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대피할 시간은 충분했던 상황으로 보여, 숨진 간호사는 끝까지 환자들 옆에 남아 있다가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5일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 내부에 있던 병원 관계자들이 환자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이날 화재로 10년 넘게 근무하던 병원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A씨는 아버지의 팔순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A씨 남편은 연합뉴스를 통해 “아내는 ‘막노동’으로 불릴 정도로 고된 투석 병원 일도 오랜 기간 성실히 해내던 사람”이라며 “병원에서도 ‘고참 간호사’로 통해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평소 환자를 살뜰히 챙기던 성격상 불이 났을 때도 어르신들을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딸과 군복 입은 아들을 다독이며 울먹였다.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 현장에서 소방과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도 A씨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간호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후배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가슴이 무너져내린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병원과 같은 화재 취약시설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며 “저 역시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뛰고, 더 살피고, 더 바꾸겠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의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도 “환자 한 분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병원에 남아 끝까지 그 곁을 지켰던 간호사분의 사망 소식에 가슴이 더욱 무너져내린다”라며 “안타까운 오늘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환자나 장애인 등 화재취약계층을 위한 구조 설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불로 A씨와 60대 남성, 70대 여성, 80대 남성 2명 등 환자 4명이 숨지고 4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이천의료원에 안치됐다.

화재 당시 건물 내 비상벨 등 소방설비는 정상 작동했으나, 건물 최상층인 4층 병원에 투석 중이던 환자가 다수 있어서 화재 규모보다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위법 사항 발견 시 엄중히 처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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