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연출가' 피터 브룩, 향년 97세로 별세

고전의 탁월한 현대적 재해석으로 칭송
"비어있는 공간 모두 무대"…슬럼가 등에서 공연
2010년·2012년 두 차례 한국 관객과도 만나
  • 등록 2022-07-04 오후 5:19:26

    수정 2022-07-04 오후 5:19:2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현대 연극사의 거장이자 20세기 최고의 연출가로 불린 피터 브룩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별세했다고 일간 르몽드, 가디언 등 외신들이 3일 전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난 20세기 최고의 연출가 피터 브룩. (사진=AFP)
브룩은 1925년 영국 런던에서 라트비아 출신 유대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1974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고, 런던과 파리 등 전 세계를 무대 삼아 연극 활동을 하며 “현대 연극의 전설”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연극 감독” “가장 혁신적인 감독” 등의 수식어를 얻었다.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인 1943년 ‘닥터 파우스투스’ 연출로 데뷔했다. 이후 92세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전 세계 공연예술계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특히 1970년에 선보인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무대를 온통 흰색으로 연출해 화제가 됐다. 1985년에는 공연 시간만 9시간에 달하는 ‘마하바라타’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며 1963년 소설 ‘파리 대왕’, 1967년 연극 ‘마라/사드’를 각각 영화로 옮겨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68년 출간산 저서 ‘빈 공간’을 통해 “비어있는 어떠한 공간이라도 나는 무대라고 부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프랑스 파리 외곽 슬럼가, 중동 이란 유적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 차고, 버려진 영화관 등 공연장과는 거리가 먼 장소에서도 연극을 공연했다.

프랑스에 정착한 뒤엔 파리 10구에 사실상 방치돼 있던 작은 극장 ‘부프 뒤 노르’를 인수해 연극을 탐구하는 국제 연구 센터를 만들었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까지 이곳을 직접 운영하며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이를 계기로 많은 팬층을 확보했다. 브룩은 2004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부프 극장은 내가 늘 꿈꿔온 공간이다”라며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유롭게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LG아트센터 초청으로 두 차례 내한했다. 2010년 아프리카 수피즘 지도자인 티에노 보카의 생애를 다룬 연극 ‘11 그리고 12’를 한국에 선보였다. 2012년에는 모차르트 오페라를 자신만의 버전으로 만든 오페라 ‘마술 피리’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1951년 배우 나타샤 패리와 결혼했다. 아내 나타샤 패리는 2015년 세상을 먼저 떠났다. 딸 이리아는 프로듀서 겸 연출가, 아들 사이먼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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