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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대부분 국민과 기업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 NDC 확정까지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토론 한번 없다는 점은 정부나 정치권 모두 비판받아야 한다.”
국가에너지정책 수립에 참여한 한 대학교수는 사석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의 NDC 상향 안에 대해 발표한다. 이를 두고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 참여한 전문가들마저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2030년 NDC를 40%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대해 구체적인 액션플랜이나 비용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감축목표치를 두고 합의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EU는 지난 7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5% 감축하는 목표의 이행계획인 ‘Fit for 55’를 공개했는데 유럽의회와 각료 이사회의 입장이 엇갈려 내년 하반기에나 최종 채택을 위한 공식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환경단체(EEB)마저 EU 집행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EU집행위가 수소나 바이오매스를 마치 탄소중립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내세우는데 이 에너지의 희소성과 상용화하기까지의 막대한 개발비용은 간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생산과 소비, 재활용 등 더 순환적 관점에서의 구조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정부가 이러한 국제적인 압력에 못 이겨 단 한 번의 국민적 논의 없이 밀어붙이기식결정을 한다면 차기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발이 묶일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가 NDC 달성을 위해 필요한 비용 등을 먼저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충분히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 한국의 ‘백년지대계’는 에너지정책이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인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국익을 보호하는 현명한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