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5일 오전 10시. 연세대 신촌캠퍼스는 구성원 간 소송전이 몰고 온 또 다른 열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이하 연세대분회)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아침부터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3월 말부터 학교 측에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정년퇴직에 따른 인력 충원 등을 요구 중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샤워실은 공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며, 시급 인상액은 210원으로 제한한 상태다. 인력 충원에 대해선 경비 시스템의 첨단화로 추가 채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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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이 노조와의 협상에서 접점을 못 찾고 있는 사이 얼마 전 시작된 구성원 간 소송전에 대한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등 3명이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집회를 해 온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수업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조의 교내 시위로 학습권이 침해됐으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노조의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 중 일부는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면서 논쟁에 가세하고 있다. ‘같은 공동체에서 학습하고 있는 구성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학생이기에 본인의 공부가 우선이라는 특권의식 자체가 부끄럽다”며 오히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해당 대자보에 대한 연세대 학생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대학원생 김여경(30) 씨는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시위로 인한 소음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면서 “학생들이 무슨 권리로 노동자들의 시위할 권리를 뺏는지 모르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을 비판했다. 재학생 이모(22)씨도 “약자들의 마지막 수단인 집회를 학생들이 탄압했다”고 지적했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을 옹호하는 입장도 많다.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재학생 박모(21)씨는 “당락에 사활을 걸면서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밤낮으로 일하면서 등록금을 버는 학생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 조모(22)씨도 “집회할 권리도 있지만 공부할 권리도 있다”며 “그간 노동자들의 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소음이 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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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사태를 해결해야 할 학교 측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현옥 연세대 분회장은 “우리의 노동 조건이 너무 열악해 집회를 열 수밖에 없었다”며 “대학본부가 해결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 노조와 학생들이 갈등하게 만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서 학생들까지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다”며 “학교 당국이 성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사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