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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온라인 패스트패션 소매업체 쉬인(Shein),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니오(Nio), IT서비스 제공업체 씨유이(Cue)를 비롯한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모회사 또는 본사 이전 △현지 기업 인수 △합작 법인 설립 등의 방식으로 싱가포르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는 신규 설립된 기업들의 국적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중국 기업들이 이전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한 변호사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소 500곳 이상의 중국 기업이 올해 싱가포르에 새롭게 회사를 설립했다. 이미 지난 한 해 동안의 설립 규모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일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최근 1년 동안에는 그 규모나 속도가 이례적으로 크고 빠르다는 진단이다. 미국이 대중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추세를 가속화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싱가포르 법인’이라고 소개하는 것만으로 많은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만큼,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세탁’해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 글로벌 사모펀드 임원은 “우리는 이를 싱가포르 워싱이라고 부른다”며 “싱가포르에 주소 또는 본사가 있거나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관계자 및 변호사 등 업계 전문가들도 “중국 기업들은 본토에 근거지를 두면 (미국 등과) 민감한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인지하고 국제적 마케팅을 하려 한다”며 “중국 본토에 속한 기업들보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도 더욱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경영진의 해외·국내 출장이 제한되는 본토보다 싱가포르가 더 나은 경영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중국 기업들의 이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FT는 “그동안은 홍콩이 중국 기업들의 도피처였지만,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등)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싱가포르가 다음 선택지가 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싱가포르 기업과 합작투자,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경영진, 직원, 이사회에 싱가포르인을 포함시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