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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장기 파업…기름값 급등에 뿔난 시민들 뛰쳐나와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수도 파리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상대로 인플레이션 책임을 묻는 시위 행진을 벌였다. 주최측 추산으론 14만명, 경찰 추산으로는 3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이날 시위는 프랑스 강경 좌파 노동총동맹(CGT) 소속 정유업계 노조 4곳이 3주 이상 파업을 지속하면서 촉발됐다. 파업 이후 노조원들이 정유공장을 점거하면서 기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주유대란이 발생했다. 기름을 팔지 못하는 주유소가 속출하면서 기름값이 급등했고, 기름을 판매하는 일부 주유소에 차량이 대거 몰리는 등 혼란도 가중됐다. 결국 참다 못한 시민들이 이날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것이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 뤽 멜랑숑 대표와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 등도 이날 행진에 동참했다. LFI의 마농 오브리 대변인은 “물가 급등을 견딜 수 없다. 40년 만의 가장 큰 구매력 상실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수십억달러 이익이 생계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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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산업도 파업 조짐…佛총리 “소수가 국가봉쇄, 비정상”
정유업계 노조는 총 7곳으로 처음엔 6곳이 파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엑손모빌 소유 2개 정유사가 강경대응을 예고하며 노조 측과 합의에 성공, 남은 4곳만 파업을 진행하게 됐다. 노조 측은 실질 임금이 물가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10% 급여 인상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유가 급등 이후 에너지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임금을 올려주지 않고 있다며 사측을 맹비난했다.
토탈에너지의 경우 지난 2분기(4~6월) 57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둔데다, 주주 배당금으로 수십억달러를 지출한 만큼 임금 인상 여력도 충분하다고 CGT는 주장했다. CGT는 또 파트리크 푸야네 토탈에너지 대표의 연봉이 올해 590만유로(52%) 인상됐으며, 이는 전체 프랑스 노동자 평균 연봉의 167배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토탈에너지는 내년 7% 임금 인상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10% 인상을 관철하며 이를 거부했다.
한편 정유업계 파업으로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유업계 파업은 다른 산업의 파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철도 직원과 공무원들이 오는 18일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