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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는 질문에 “좋지 않다. 전혀 행복하지 않다. 우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을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비롯해 프랑스, 스웨덴, 폴란드, 네덜란드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유럽 회원국들, 심지어 일부 미국 국회의원들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선박 나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유럽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러시아 비판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정상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관련 발언을 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핀란드 헬싱키 회담을 앞두고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크리미아반도에 대해 ‘병합(annexation)’이라는 단어 대신 ‘어떤 것(something)’이라는 단어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세계 정상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동안 침묵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야 우려 성명을 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게 떠넘겼다고 설명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비상회의에서 “러시아의 불법행위는 관계 정상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러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일리 대사는 트위터에서도 “법률을 준수하는 문명국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국제 사회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결고 받아들일 수 없는 오만한 행동”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러시아는 즉각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국가의 항해권과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티븐 파이퍼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이 어제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만약 서방 국가들이 성명서 형태로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스스로 멈추지 않는 한 자신들이 이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