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영향력 확대 저지해야”…美국무, 아프리카 순방 나서

토니 블링컨, 남아공·르완다·콩고 아프리카 3개국 순방
新아프리카 전략 연설…“美, 한쪽 편 들라고 지시 안해”
경시하던 아프리카에 관심…“러·중 영향력 확대 견제 목적"
아프리카서 신냉전 구도…"미·러·중 경제 외교 치열해질 것"
  • 등록 2022-08-09 오후 1:52:18

    수정 2022-08-09 오후 1:52:1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서 신(新)냉전 구도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


8일(현지시간) CNBC, BBC방송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도착해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등을 향한 3개국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남아공 프리토리아 대학에서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에 대해 연설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들 자신의 뜻보다 다른 국가들의 발전을 위한 도구처럼 취급돼 왔다. 세계 열강들의 패권 경쟁 속에 어느 한쪽 편을 들라는 지시를 들어 왔다”며 “미국은 아프리카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선택을 지시(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독립, 주권, 영토 보전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위태로운 상태다. 미국은 이러한 국제 규범을 방어하고자 한다”며 이번 순방 목적을 에둘러 시사했다.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다.

러시아는 지난 수년 동안 리비아, 말리,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등 폭력을 동반한 쿠데타 또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들과 군사 동맹을 구축해 왔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경제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보다는 러시아나 중국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적지 않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피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투표에서 34개 아프리카 국가들 중 16개국이 기권표를 던졌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이 처음 방문한 남아공의 경우 정기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낼 정도로 관계가 좋은 편이 아니다.

외신 및 전문가들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집트, 우간다, 에티오피아, 콩고공화국을 방문한지 2주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며, 아프리카 식량안보 위기의 책임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탓으로 돌렸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러시아를 비판하며 맞섰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아프리카의 식량안보를 악화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러시아 민간군사기업인 와그너그룹이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우크라이나 참전 용병을 기용한 것을 언급하며 “불안을 악용해 자원을 약탈하고 민간인에 대한 고문 및 살해 등 부당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실질적인 안보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수많은 지역사회가 테러와 폭력이라는 두 가지 재앙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와그너그룹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미국은 아프리카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러시아 대신 미국과 손을 잡으라는 얘기다.

BBC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 역시 중·러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행보”라고 진단했다.

아프리카에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그동안 아프리카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알렉스 바인스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넘어 유럽연합(EU), 터키, 영국, 심지어 일본까지 아프리카에서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전쟁 형태 보다는 자원 등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 중국, 러시아 간 경제 외교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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