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속 빛난 경찰관의 기지…응급환자 살렸다 [따전소]

진료 거부 환자 옮긴 경찰관 인터뷰
경광봉 등 활용 퇴근길 뚫고 타 병원 이송
경찰 "할 일 했을 뿐인데요…시민께 감사"
  • 등록 2024-02-29 오후 3:10:51

    수정 2024-02-29 오후 3:12:01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연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의료공백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병원에서 의사 부족을 이유로 거절된 심근경색 증상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긴급하게 이송해 생명을 구한 경찰이 있다.

주인공은 서울광진경찰서 소속 자양1파출소의 최용석 경감이다. 최 경감은 29일 오전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서울광진경찰서 자양1파출소의 최용석 경감 등이 지난 26일 심근경색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을 한양대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사진=광진경찰서)
최 경감이 심근경색 증상을 보이는 환자 A(62·여)씨와 그의 아들 B(30대·남)씨를 만난 것은 지난 26일 오후 4시 55분께였다. 경찰관 3명은 당시 자양동의 혜민병원 앞에서 거점 근무를 하며 차를 세워 놓은 상태였다. 한 남성이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최 경감은 “무슨 급한 일이 있는가 했다”면서 “어머니가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아야 해서 건대병원까지 가려는데 택시가 안 잡힌다고 해서 모셔다 드렸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A씨 등을 건국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파출소로 복귀하려는 찰나에 B씨가 다가와서 “의사분이 없어 다른 병원에 가야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B씨에게 119에 먼저 전화해보기를 권했다. 어느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을지를 경찰보다 119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잠깐 시야에서 사라졌던 B씨가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가 택시를 잡으려고 했을 때였다. 최 경감이 B씨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으니 “한양대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던 것”이란 대답을 들었다. 최 경감은 퇴근길이라 막힐 것을 염려해 경찰차에 탈 것을 권했다. 그는 “시간대가 오후 5시가 좀 넘어서 일단은 순찰차가 빠르니까 타시라고 말했다”며 “이후 한양대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했다.

또 다시 문제가 된 것은 시간이었다. 퇴근 시간의 교통 정체를 고려하면 ‘골든 타임’ 안에 A씨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경찰들은 퇴근길 교통 체증을 뚫고 한양대 병원으로 가기 위해 순찰차 사이렌과 경광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6분여 만에 한양대 병원으로 A씨를 이송할 수 있었다.

최 경감은 자신을 비롯해 경찰차에 같이 타고 있던 표홍열 경사와 이강이 순경 모두 자기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최 경감은 “옆 자리에 앉은 홍 경사가 경광봉을 들고 있는 손을 창문 밖으로 빼서 흔들고 하면서 안 막히는 차선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면서 “뒷좌석에 앉은 이 순경은 숨이 가쁘다고 하는 환자를 진정시켜 드렸다”고 말했다. 현재 B씨 모친은 입원 치료 중으로,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퇴근길 심각한 교통체증에도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현장 경찰관이 기지를 발휘해 소중한 시민의 생명을 구한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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