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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공개한 ‘ADHD 건강보험 진료 현황’(2017∼2021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DHD 진료 인원은 지난 2017년 5만3056명에서 지난 2021년 10만2322명으로 4년 새 92.9%(4만9266명) 증가했다. 거의 두 배 가까운 급증세다.
ADHD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잉 행동 및 충동성을 보이는 신경 발달 질환으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주로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지만 환자의 약 70%는 성인기에서도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성인 ADHD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행동에 적응이 돼 스스로 자각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과잉 행동이나 충동성이 사회 생활이 힘들 정도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우울증 등 동반 질환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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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DHD 의약품 처방이 급증하면서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ADHD 치료제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로 이 약을 복용하면 환자는 차분하게 집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때 건강한 사람도 이 약을 먹으면 집중력이 강화되고 공부도 잘하게 될 것이라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다. ADHD 치료제 처방 급증이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에 편승해 약물 오남용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ADHD 치료제 처방자의 거주지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 서울시에서만 7만2874명이 치료제를 처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2004명)·송파(1971명)·서초(1333명)·노원(1108명) 순으로 처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 간 추이를 보면 노원구의 처방 인원은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강남 3구는 급증하고 있다.
신현영 의원실은 최근 몇 년 새 ADHD 치료제 처방 인원이 늘어난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ADHD 치료제가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돈 데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의원은 “과거 교육열이 높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둔갑한 적이 있다”라며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과 약물 오남용의 결과로 ADHD 약물 처방이 늘어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지난 1990년대 미국에서는 ADHD 치료약을 정맥 주사로 투여해 쇼크를 일으킨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ADHD 치료약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국내에서도 이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엄격히 관리 중이다. 신 의원은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약물이 적절하게 처방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지침 마련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