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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지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취재 현장에서 본 전국 원자력공학과의 상황은 심각했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학생들은 박사 진학을 포기하거나 자퇴하거나 다른 분야로 갔다. 이대로면 학과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들이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원자력은 한국이 ‘무’에서 ‘유’를 만든 거의 유일한 과학기술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전부 확보하고 있다. 원자력 연구부터 원전 설계, 건설까지 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다. ‘에너지 불모지’에서 ‘에너지 독립국’을 이뤄내 오늘날 전기요금 걱정 없이 기업들이 활동하고, UAE,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국가에 기술을 수출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비중을 줄이는 게 맞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 중립이 절실한 상황에서 원자력은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원자력기술이나 북핵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같은 외교 문제에 대응할 때도 원자력핵공학 전문가들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나, 정치를 떠나 과학의 눈으로 원자력 발전 생태계를 들여다보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