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모빌리티 꿈꾸다 본업 놓친 정몽규...23년 만에 2선으로

부실 공사 의혹에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
"화정 아이파크, 완전 철거·재시공까지 노력"
정몽규는 물러났지만 시장 불신은 첩첩산중...국토부선 등록 말소까지 거론
  • 등록 2022-01-17 오후 2:46:56

    수정 2022-01-17 오후 9:03:08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23년 만에 현대산업개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잇따라 일어난 안전사고에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다.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그룹 오너로서 정 회장에겐 시장 신뢰 회복을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1일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17일 발표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회사 신뢰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송구”

정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엿새 만이다. 그는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아파트 안전은 물론 회사에 대한 신뢰마저도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11일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한 명씩 발생했고 공사 작업자 다섯 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사고 조사 중 열흘 이상 필요한 콘크리트 양생 작업(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을 6~10일 만에 해치웠다는 게 드러나면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부실 공사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난지 7개월여만에 또다시 현대산업개발 시공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정 회장이 사고 이후 잠행을 이어간 것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은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건설현장에서 외부기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물에 대해 구조적 안전 결함 보증 기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화정 아이파크 처리 방안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면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에 대한 계약 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와 재시공 방안까지 (검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정 회장은 그룹 회장 자리는 유지하기로 했다.

모빌리티·디벨로퍼 사업 숙원도 브레이크

정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HDC그룹은 그룹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산업개발을 갖고 현대그룹에서 독립, 재계 31위 그룹을 일궜다. ‘아이파크’ 브랜드를 앞세운 주택 부문은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 사업이다. 그런데 그 주택 사업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 것이다. HCD그룹의 사업 다각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 회장은 재임 중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역량 강화나 모빌리티 사업 진출 등을 추진했다. 2019년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오히려 주택 부문 역량 강화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 회장이 퇴진했지만 사태 수습에는 역부족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 회복이다. 당장 광주시는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일정 기간 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동4구역이나 북구 운암3단지 등 광주 내 민간 사업장에서도 현대산업개발 시공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완공된 아파트에서도 아이파크 브랜드를 떼겠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산업개발에 초강력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날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정부가 운영되는 모든 법규·규정상 가장 강한 패널티(불이익)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부실 시공으로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 건설업 면허를 말소당할 수도 있다.

등록 말소를 피하더라도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공공·민간공사 수주에서 번번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일부 사업장에선 현대산업개발을 입찰 단계에서부터 배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사고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 현대산업개발 사업 전망을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구 경희대 건설안전보건학과 교수는 “기존에 갖춰진 안전 조직과 규정을 조금 더 내실화하고 관련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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