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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정선영 부연구위원이 27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디지털경제와 시장 독과점 간 관계’에 따르면 세계화,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 글로벌 경제환경 역시 시장집중 현상을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했다.
저금리 기조 하에 무위험 이자율이 높아지면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에 적용디는 이자율 모두 낮아지지만, 두 이자율 간 스프레드는 점차 벌어져 선도 기업이 후발 기업에 비해 자금 조달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남용해 과도한 가격 경쟁을 가져오거나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의 독점 구조를 더욱 고착화 시키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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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부연구위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상황을 이용해 시장 독점을 강화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면서 “대규모 투자, 기술 개발 등 초격차 전략 하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후발 주자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기업간 생산성 격차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 결과처럼 실제로 2010년대 들어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5대 기업은 지난해 8월말 S&P500 시가총액의 약 22.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빅테크 기업의 독점권 남용은 후발 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 기회 차단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단 분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시장, 광고 등 디지털 서비스 및 인프라에 대한 접근 권한을 남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통제하거나, 거대 플랫폼들이 플랫폼 운영자와 공급자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정보 노출 순서를 조작하는 등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빅테크들의 독점 행위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단 점이다. 소비자 후생과 가격 중심의 현행법 구조상으로는 빅테크들의 경영 전략이 반경쟁 행위인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독점 기업들의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소한 페이스북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법률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패소한 바 있다.
한편, 전통적 경제학 이론에서는 독점을 완전경쟁에 반하는 부정적 상황으로 인식해 왔으나,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선순환 등으로 인해 경쟁보다 독점이 더 좋은 경우도 가능하다는 ‘선한 독점’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다. 빅테크들은 이익보다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고, 독점을 통해 얻은 수익의 많은 부분을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재투자함으로써 혁신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단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