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올해 열매 결실량 급감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 발표…봄철 이상기후 연관 추정
  • 등록 2021-10-18 오후 1:08:03

    수정 2021-10-18 오후 1:08:03

2016년 정상적인 구과(위)를 맺은 구상나무와 올해 변형된 형태의 구과(아래)를 맺은 구상나무.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제주=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제주도 한라산에 서식 중인 멸종위기종인 구상나무의 보존 및 복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 구상나무의 구과(열매) 결실량을 모니터링한 결과, 구과가 맺힌 나무가 거의 없으며 달린 구과마저도 해충 피해를 심각하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매년 결실이 가장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는 백록담을 포함해 Y계곡, 백록샘, 남벽분기점, 장구목, 진달래밭 등 전 지역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한라산 영실지역의 구상나무 45개체(수고 1.5m 이상)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결과, 15개체만이 평균 34.8개(1∼123)의 구과를 맺었으며, 이마저도 해충 피해가 심각했다. 지난해에는 27개체 중 26개체가 건전했으며, 평균 69개(8∼272)의 구과가 달렸던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10개체에서 구과 3개씩 모두 30개를 채취·관찰했다. 그 결과 1개만 건전했고, 충실한 종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또한 충실한 종자 비율이 95.9%였던 지난해와는 현저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봄철 이상기후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상나무는 암수한그루로 암꽃은 대개 5월에 달리며 수분이 이뤄지면 구과가 되어 10월까지 익는다. 그러나 올해 5월 초 한라산에는 기온이 급강하고, 상고대가 맺히는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있었다. 영실지역의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4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일평균기온을 비교한 결과, 구과가 비교적 잘 달린 해였던 2016년과 2017년, 지난해에는 5.0∼18.1℃의 온도를 유지했다. 반면 구과가 잘 달리지 않은 해였던 2018년과 2019년, 올해에는 온도가 10℃ 안팎으로 유지되다 3.6∼4.5℃로 급감하고 다시 회복되는 특성을 보였다. 개화기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구상나무 구과 결실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어리목, 윗세오름, 진달래밭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간신히 열매를 맺었더라도 해충의 피해로 건강한 구과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구과 표면에 송진이 흘러나오고 형태가 한쪽으로 휘거나 종자가 흩날려 버린 모습과 섭식, 산란, 기거 등의 흔적을 통해 결실 이후 해충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임은영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풍매화인 구상나무의 꽃가루 날림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데, 개화와 결실로 이행되는 단계에서 기온이 급강해 결실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급감한 구과들에 대한 해충의 경쟁적인 가해는 더욱 심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임균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내륙과는 달리 제주도 한라산 구상나무의 경우 해거리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구상나무 결실량 감소 원인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유관기관 및 전문가 집단 등과의 연구협력을 통해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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