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폐쇄, 고령층만의 문제 아니다

[기자수첩]
  • 등록 2022-01-26 오전 10:48:53

    수정 2022-06-24 오후 3:35:35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기자님이 하루아침에 내일부터 지방으로 출근해야 한다면 어떻겠습니까?”(은행권 관계자)

최근 지방에서 은행 점포가 사라져 서울 지점으로 ‘강제 발령’을 받은 은행원들을 취재하다 맞닥뜨린 질문이다. 기자는 부끄럽지만 저 질문에 머리를 둔중하게 맞은 기분이었다. “아 점포 폐쇄가 이런 문제구나”

통상 은행 점포 폐쇄는 디지털 앱 사용 능력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거래 불편을 초래하는 금융접근성 제한 문제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점포 폐쇄는 ‘고용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은행직원 입장에선 근무하던 지점이 사라지면 지방에서 서울 등 권역간 강제 이동을 해야 한다. 삶의 터전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통상 폐쇄된 지점 직원은 인근 점포에서 흡수하지만 점포 폐쇄 속도가 빨라지면서 권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와 올해 점포 폐쇄로 지방에서 서울로 ‘권역간 이동 발령’을 받은 직원이 한 대형은행에서만 300명이 넘는다. 점포 폐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A은행의 경우 서울로 강제발령을 내렸던 10여명을 1년 만에 다시 지방점포로 돌려보냈다. 직원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점포 폐쇄에 나섰다가 뒤탈이 난 것이다.

점포 폐쇄는 젊은층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구직자 일자리를 앗아간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신규채용 규모는 1983명에서 871명으로 56% 급감했다.

점포 폐쇄는 은행의 경영 자율성 사항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지점을 통한 금융거래 수요가 줄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금융거래를 어렵게 하는 이슈일뿐더러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터를 불안하게 하고, 동생들의 일자리 문을 비좁게 만드는 우리 모두의 이슈다.

해법은 문제를 다르게 볼 때 나온다. 점포 폐쇄 뒤에 있는 노년층과 장년층, 청년층의 ‘살아 있는 얘기’를 금융당국 관계자와 은행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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