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이면 된다, 누군가를 '품'에 안는 일 [e갤러리]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신진작가 3인전 연 정소윤
섬유로 조형물 빚고 공간 채운 작업
투명실 염색 뒤 재봉틀로 형태 잡아
입체 된 선으로 풍경·인물 드로잉해
몽환적 형상 위 생각·감정까지 실어
  • 등록 2023-02-09 오전 9:37:13

    수정 2023-02-09 오전 9:37:56

정소윤 ‘품 Ⅱ’(2019), 투명사에 염색·미싱, 102×112㎝(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 팔을 벌려 뭔가 보듬은 형상. 어찌나 애틋한지 함부로 다가서기도 어렵다. 하지만 어쩌겠나. 멀리서 바라보면 ‘무엇’이 ‘어떻게’ 매달렸는지 짐작조차 안 되니. 하지만 다가선다 해도 명쾌하게 드러나는 건 없다. 사실 그게 맞다. ‘아득히 먼 곳’ 혹은 ‘아득한 데서 일어나는 일’이란 걸 슬쩍 알려주는 ‘몽환적 표현’이 작가 작업의 특징이니까.

작가 정소윤(32)은 ‘섬유’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한다. 자연을 그리고 인체를 빚고, 생각을 다듬고 감정을 쌓는다. 사실 출발은 섬유보단 ‘실’에 가깝다. 투명한 실을 염색하고 실타래에서 풀어내며 약하게 뭉쳐낸 뒤 재봉틀로 형태를 잡는단다. 그렇게 입체가 된 ‘먹선’으로 드로잉하듯 조형물을 빚고 공간을 채우며 중첩한 풍경 혹은 겹쳐진 인물을 만들어간다는데.

작가에게 섬유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식이란다. 마치 자연의 한 갈래일 뿐인 사람의 운명처럼, 섬유의 물성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했다는 거다. ‘품 Ⅱ’(2019)는 허무하도록 선명하게 일깨웠을, 그중 하나다. 누군가를 품에 감싸 안는 일은 그저 두 팔이면 된다고. 그 두 팔이, 내줄 수 있는 품의 넓이까지 가늠한다고.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서 김시안·허찬미와 여는 3인전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가 2018년부터 매해 첫 기획전으로 꾸리는 신진작가전이다. 회화·섬유공예 30점을 걸었다.

정소윤 ‘작은 너 하나’(2022), 투명사에 염색·미싱, 65×45㎝(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정소윤 ‘불안과 안정 사이 Ⅰ’(2021), 투명사에 염색·미싱, 96×157㎝(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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