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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은 최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 차단 등 새로운 대러 수출 제한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NSC는 이들에게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전례 없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SIA의 한 관계자는 “NSC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이례적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침공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대성을 직설적이고 엄중한 표현으로 전달해 왔다”며 “NSC는 정부가 모든 옵션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또, 국제 금융 거래 제한 등의 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은 곧바로 러시아 최대 은행들을 ‘국제 은행 간 통신망’(SWIFT)‘에서 퇴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은행들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200개국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SWIFT에서 퇴출되면 이 은행과 거래하는 은행들도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고도 수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사태의 심각성이 적지 않으나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으로선 러시아 제재를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됐고 반도체 수출 규제로 시작해 결국 러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경제 제재로 이어질 것”며 “어떤 형태든 반도체 등 첨단소재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이 있을 것”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러 반도체 수출액은 7500만달러(약 890억원)로 전체 수출액(99억8300만달러)의 0.8%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수출 시장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직접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와 관련 부품이 들어가는 세트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세트 제조기업의 경우 영향이 따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주에 TV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LG전자도 모스크바 외곽 루자에서 생활가전과 TV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