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집계 결과, 10월 번호이동 가입자는 ▲SK텔레콤 8527명 ▲KT 511명 ▲LG유플러스 1만4368명 늘어난 반면, 알뜰폰은 2만3406명이 이탈했죠. 알뜰폰 출범 7년만에 이런 현상은 처음입니다.
심지어 대기업인 CJ헬로가 하는 알뜰폰도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헬로모바일’이라는 브랜드를 쓰는데 올해 3분기 동안 가입자가 전기 대비 2만7530명 이탈했습니다. 매달 9000명 정도가 빠져나간 셈입니다.
통신사보다 싼 알뜰폰의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가격을 저가항공 수준으로 내려버리니 저가항공을 이용할 유인이 없어진 겁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프리텔레콤이라는 알뜰폰 회사가 선보인 ‘USIM프리티데이터중심1.3’을 보면 음성과 문자가 무료이고 데이터는 1.3GB주면서 가격은 2만8490원입니다. 그런데 이통3사는 음성과 문자가 무료이고 데이터는 비슷한 량(KT 1GB, SKT 1.2GB, LG유플러스 1.3GB)을 주면서 가격은 25% 요금할인 적용시 2만4750원하는 요금제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요금제를 쓰시겠습니까.
이미 알뜰폰에선 보편요금제와 비슷하거나 선불형의 경우 더 낮은 요금제가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정부가 추진한 저소득층 요금감면, 어르신 1만1000원 추가 감면도 알뜰폰 고객의 통신사 이탈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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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요금도 낮추고 알뜰폰도 살릴 수는 없냐고요? 그런 일은 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통신사들에게 소매요금도 낮추고 알뜰폰에게 빌려주는 망이용대가(도매요금)도 낮추라고 압박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통신사에도 주주와 직원이 존재하고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써도 알뜰폰의 존재 가치는 빛을 잃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먼저 알뜰폰을 쓰면서 알뜰폰 광고 모델로 나서면 어떨까요. 쓸데 없는 정책을 만드느니 공무원들부터 알뜰폰 홍보대사로 나서 국민에게 합리적인 통신이용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듭니다.
어떤 현상을 억제하자 다른 현상이 불거져 나오는 ‘풍선효과’를 알면서도,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피해는 고스란히국민 몫이 될 것입니다.
알뜰폰이 다 죽어도 요금만 싸진다면 무슨 문제냐는 식이라면,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을 한꺼번에 교체해 기존 경제정책의 아쉬움을 인정했던, 정부의 최근 태도와도 맞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력은 제4이동통신이 될 수도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자가망을 운영해주는 소규모 별정통신사업자가 될 수도 있고, 알뜰폰이라 불리는 MVNO(재판매사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싹부터 자르는 게 맞는 일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