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각종 원자재 대표 지수인 S&P GSCI는 한 달 전 대비 5.03% 올랐다. 로이터와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아시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Spot) 가격은 100만btu(열량단위)당 20.10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5달러가 채 안된 것에 비하면 약 4배가량 오른 것이다. 미국 헨리 허브 기준 천연가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5.60달러로 올 초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톤당 200달러 수준이던 중국 원료탄 CFR 가격은 9월 톤당 43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에너지소비비중에서 석탄은 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 중인데 수급의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며 동절기를 앞둔 시점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약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며 “석탄은 발전연료 측면에서 천연가스의 대체재이기에 석탄 강세도 같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선 중국의 자충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상품(Commodity)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논리로 정해진다. 그런데 천연가스처럼 운반이 비교적 자유롭지 않은 상품은 수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심하다. 게다가 세계 주요국이 ESG 등의 영향으로 탄소 에너지를 줄여나가고 있기도 하다.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도 올해부터 탄소중립정책을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정부는 3월부터 석탄 주생산지역에 대한 석탄 생산량 억제정책을, 철강산업에도 탄소배출이 과도한 지역에 철강생산 억제정책을 시행했다. 급등한 가격이 내려가려면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2050년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화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상황에서, 화석연료 원자재값 상승은 기정사실화돼 왔다. 이번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 급등은 이러한 예상이 실제로 나타난 사례인 셈이다. 원인이 구조적인 만큼 향후 원자재값 상승은 지속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ESG 바람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국가는 화석 연료 사용량이 많은 중국일 수밖에 없다”며 “미중 갈등과 코로나까지 겹쳐 전 세계 공급망이 다시 로컬라이제이션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원자재 가격들이 예전 레벨로 돌아가기는 아주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우리는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자본적지출(CAPAX)이 늘어나며 경기에 활력이 돋는 싸이클이 1~2년 후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향후 6개월 정도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며 원자재값 상승이 시장 발목을 잡을 것으로 관측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는 친환경 수요가 큰 알루미늄이나 겨울을 앞두고 수요가 늘 천연가스 등 원자재를, 업종으로는 광산에서 원자재를 직접 생산하고 가격 전가가 비교적 쉬운 후방산업이 추천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종합상사들이 원자재 가격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X인터내셔널(001120)은 이날 기준 한 달 전 대비 6.07%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