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119소아과’의 추억[김현아의 IT세상읽기]

20년 전엔 '삐뽀삐뽀'가 아이 주치의
코로나 기간 비대면 진료앱으로 심야 아이 감기 해결
중독성 의약품 남용 우려 이해되지만
모든 질환에 재진 비대면은 비합리적
일단 초진 허용하는 방향으로..이후 제도보완하면 돼
  • 등록 2023-04-22 오후 3:46:03

    수정 2023-04-22 오후 4:25:2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늦은 밤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나면 거실에 있는 두꺼운 책부터 뒤졌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국민 출산 준비물로 불렸던 ‘삐뽀삐뽀119소아과’였죠.

새벽에는 응급실밖에 열지 않는데 집에서 아이 열은 어떻게 떨어뜨릴지, 기침이 심할 땐 뭘 먹여야 하는지, 혹시 감기 외에 이상 증상이 아닌지 등이 궁금할 때 책을 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아과 병원이 문을 열면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께 부탁할 수 있지만, 야밤에는 삐뽀삐뽀가 주치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책으로만 가능하던 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인터넷을 통해서도 가능해졌습니다.

정부가 2020년부터 감염병 예방법상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기 때문이죠.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였기 때문입니다.

아이 둘을 다 키운 저는 퇴근 후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 때문에 신경 쓴 일이 오래됐지만, 요즘엔 삐뽀삐뽀 대신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해 아이의 고열을 해결하는 워킹맘이 많다고 합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심야에 아이 감기 걱정, 단숨에 해결


비대면 진료 앱으로 한밤중에도 의사와 전화통화하고, 진료와 약 처방까지 받는다니 정말 큰 도움이죠. 코로나19 이전이었다면 책을 보거나 아이를 둘러업고 응급실까지 가야 했지만, 앱을 이용하니 진료와 약 수령까지 1~2시간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5월부터는 불가능해질 위기입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의료법 개정안에는 재진(두 번째 진료)부터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안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5개 법안 중 4개가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입니다.

재진만 허용된다면 심야에 비대면 진료 앱으로 처음 보는 의사와 아이 상태를 상의하고 급한 상황을 해결하는 건 불가능해집니다. 삐뽀삐뽀만 볼 때보다 엄마로선 내 아이 상태를 정확히 이야기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도 말이죠.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앱과 제휴한 심야 약국도 있지만 말이죠. 불법이 돼 불가능해지는 셈입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중독성 의약품 남용 우려 이해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환자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 위험할 수 있단 입장입니다.

물론, 이들의 말이 전부 틀리다 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이어트나 미용 등과 관련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약물 오남용 문제가 ‘비대면 진료 초진허용’이 제도화되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없다곤 할 수 없죠. 식욕억제제 같은 ‘중독성 처방의약품’에 대한 인식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질환에 대해 같은 기준으로 ‘재진부터 허용’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반드시 ‘재진부터 비대면’으로 해야 하는 질환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특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일단 초진부터 허용하고 제도 보완하는 것도 방법

시간이 부족하다고요? 그렇다면, 일단 초진부터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화한 뒤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면 어떨까요?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할 완벽한 방안은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단체와 중소규모 약국들이 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자고 하는지도 귀 기울여 볼 만 합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가 컸던 건 사실이나 3,700만 건 사례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의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지속 허용 의견이 76.1%로 높게 나타났다”면서 “재진부터 제도화하면 워킹맘, 직장인,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 등은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중소약국을 경영하는 200명의 약사들은 “동네 골목 상권에 있는 약국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생존의 버팀목이자 기회의 발판이다. 자본이 부족한 젊은 신진 약사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역량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탄원서를 내고 초진 비대면 진료 허용을 지지했습니다.

오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비대면 진료의 근거와 기준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 5건을 심사한다고 하니, 적극적인 입법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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