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약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보다 싸졌다고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분석기업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에 따르면 독일의 벤치마크 도매 가스 가격이 이날 약 5% 하락해 메가와트시(㎿h)당 49유로(약 6만8000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8월 기록했던 최고치(320유로·약 44만5000원)에 비해 84% 낮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유럽발 천연가스 수출량을 대폭 줄인 탓에 유럽 에너지난이 극심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회복이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는 유난히 온난했던 이번 겨울이 계절적 요인으로 꼽힌다. 평년보다 따뜻했던 겨울 날씨로 유럽 전역의 난방 필요성이 적어졌고, 이에 따라 에너지난도 피해 갔다는 분석이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것도 에너지 가격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은 그간 노르웨이 등과 협력해 천연가스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조속히 건설하는 등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려 힘썼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테인 에너지·기후 담당 이사는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가격은 전쟁 이전 평균가보다는 아직 상대적으로 비싸긴 하지만 작년처럼 에너지난 위험이 반영된 수준은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