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적 쇄신 한다더니…안보지원사, '도로 기무사' 될 판

과거 폐해 청산하고 폐쇄적 구조 탈피 위해
외부 군무원 비율 30%까지 늘린다더니
경력 채용으로 전·현직 부대원 대거 영입
올해 150명 합격자 중 단 6명만 외부 출신
  • 등록 2020-12-21 오전 6:00:00

    수정 2020-12-2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원사)가 특정직 민간 공무원인 군무원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대부분을 전·현직 부대원으로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인 비율을 높여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경력자 중심의 ‘꼼수’ 채용으로 ‘도로 기무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무원 채용, 96%가 전·현직 부대원

안보지원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해체 지시로 2018년 9월 새롭게 탄생한 보안·방첩부대다. 개혁 과정에서 이른바 ‘기무사 3대 사건’으로 불리는 △세월호 유가족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댓글공작 사건 연루자를 각 군으로 돌려 보냈다. 이후 선별적으로 부대원들을 복귀시키는 인적 청산을 진행했다.

인원 역시 기무사 당시 4200여명이었던 것을 2900여명 규모로 줄였다. 인력이 남아돌아 정치 개입 등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부대령에 현역 군인이 전체의 70%를 초과하지 않도록 명문화했다. 기존 10% 수준이던 군무원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폐쇄 구조였던 사령부에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 상호 견제와 조직 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경기도 과천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본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올해 처음 군무원 채용이 진행됐다. 하지만 총 합격자 150명 중 114명이 현직 부대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무사에서 근무했던 전직 부대원도 30명이나 됐다. 경찰·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국군정보사령부 등 타 기관 출신 합격자는 6명에 불과했다. 결국 같은 사람들이 군무원으로 신분만 바꿔 다시 들어오게 됐다는 얘기다. 정년도 현역 보다 더 길게 60세까지 보장받으면서다. 이들은 내달 1일 임용 예정이다.

전·현직 부대원에 유리한 지원 자격

국방부는 올해 안보지원사 군무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신입은 예년과 비슷한 인원을 배정한 반면, 5~8급 군무원 경력 채용은 195명 규모로 계획했다. 많은 수의 군무원을 단시간에 채우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경력 채용을 진행한 것이다. 내년에도 100여명에 가까운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채용에 대해 군사안보지원사는 “국방부 주관으로 전문성과 능력 중심의 선발기준에 따라 외부 위원을 포함한 공정한 절차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력 지원 자격을 보면, 정보수사기관에서 군사정보·군사보안·방첩 업무를 한 인원으로 한정했다. 사실상 옛 기무사나 안보지원사 출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채용이었던 셈이다.

이는 경쟁률로 나타났다. 7급 신입의 경우 15.56:1, 9급은 47.56:1이었던 반면, 경력 채용 경쟁률은 5급 2.68:1, 6급 1.63:1 수준이었다. 7급의 경우에는 0.88:1로 아예 미달이었다. 8급 경쟁률도 1:1에 그쳤다.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사실상 합격권에 들어가는 것이다. 필기시험의 경우 신입은 총 6개 과목을 치러야 하지만, 경력은 국가정보학과 심리학 단 2과목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렇다 보니 안보지원사 각 부대에서 암암리에 현역들에게 시험을 독려할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에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군 관계자는 “사이버작전사 군무원 경력 채용시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고 귀뜸했다.

일각에서는 군의 방첩·보안 기능을 담당하던 핵심 요원들의 이탈로 인한 전문성 저하를 막는 ‘자구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부하였던 인원이 높은 직급의 군무원으로 오는 역전 현상도 있어 부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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