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상청구권' 신중해야 하는 3가지 이유[김현아의 IT세상읽기]

여야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
①감독과 작가에게만 추가 보상권?
②복잡한 권리 제도로 영상 콘텐츠 유통 위축
③적자 작품에도 보상청구?…해외 감독과 작가도 나설 듯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려는 셈..실태조사, 표준약관이 먼저
  • 등록 2022-10-02 오후 3:37:15

    수정 2022-10-02 오후 3:37:1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감독, 작가에게 저작권 보상청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여야가 잇따라 발의했습니다. 감독이나 작가가 제작사에게 저작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방송사나 극장,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같은 플랫폼에게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이 크게 성공했지만, 정작 국내 감독이나 작가에게 돌아간 몫은 적었다는 반성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8부작에 약 200억~2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지죠. 그런데,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감독이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넷플릭스 수익이 늘어난 만큼의 보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선, ‘오징어게임’의 경우처럼 영상물 저작자가 타인에게 저작권을 양도해도 나중에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들은 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로 △영화제작사에 비해 감독이나 작가는 정보가 부족해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 △유럽은 디지털플랫폼의 수익을 분배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 △최저 임금을 받는 영화감독의 권리보호가 두터워지고 창작 생태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법안이 통과되면 여러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①보상청구권 도입보다 최초 계약 시 공정계약을 강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점(감독·작가 이외의 창작 참여자들과의 형평성)②사적 계약에 대한 개입으로 영상물 유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K-콘텐츠 소비 위축)③적용 시 혼란으로소송 난무(해외 감독이나 작가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한 작품 적용 문제)때문입니다.

①감독과 작가에게만 추가 보상권을? 불공정거래 근절이 현실적

법안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감독의 평균 연봉이 1천만 원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감독과 작가에게만 기존 저작권외에 보상청구권을 준다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까요. 스텝 등 다른 영상 제작에 참여한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죠.

오히려 새로운 권리를 도입하기 보다는, 처음 영상물 저작자가 영상물 제작사와 계약할 때 공정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사용을 감시하고 정부가 불공정 계약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는 게 먼저가 아닌가 합니다.

민법 제104조에선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로 규정돼 있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면 현행법으로도 법적 대응이 가능합니다.

②복잡한 권리 제도로 영상 콘텐츠 유통 위축

법이 통과되면 방송사나 OTT가 제작사와 계약할 때 영상물 개별판매 수익을 일정비율로 배분(R/S)하기로 계약해도 감독과 작가는 제작사와 별개로 방송사나 OTT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저작자(감독이나 작가)의 주장에 의해 방송사나 OTT에서 서비스되던 콘텐츠 제공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왜냐하면, 기존 계약(콘텐츠 공급계약)의 효력이 부정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방송사나 OTT 등은 제작사(CP)와 영상물 구매를 협의할 때 보상권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고려해 먼저 구매비용을 낮추려고 할 것이고, 제작사 역시 손실을 우려해 높은 비용을 고수하려 할 것이어서 영상물 공급 협의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추가 보상권으로 투자가 아예 줄어들거나, 고수익성 대형 영상물로의 쏠림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는 저작권법상 창작자 권리보호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인 영상물 유통 활성화라는 또다른 가치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양쪽의 법익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영상 콘텐츠 유통을 위축시킬 수 있고, 사적 계약의 자유를 우선하는 글로벌 추세와도 맞지 않습니다.



③적자 작품도 보상청구?…해외 감독과 작가도 나설 듯

법안 통과 시 각종 소송과 분쟁이 난무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가 영화 방영권을 10억 원에 구매했지만 방송광고 수익이 구매 금액에 미치지 않아 적자를 보더라도 해당 작품의 감독이나 작가는 방송사를 상대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외계+인’은 CG 등에 제작비 330억 원이 들어간 초대작이어서 관객수 730만 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관객수는 153만 명에 머물고 있죠. 그런데 법안대로라면 ‘외계+인’의 경우도 감독이나 작가가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만 봐도 ‘한산’,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한산’과 ‘헌트’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국내 유료방송내 영화 VOD 이용 순위 1~50위 중 해외 영화 비중이 약 62%임을 고려하면, 해외 감독이나 작가들도 우리 방송사나 OTT에게 보상청구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K-한류가 세계로 나가는데,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보상이 불충분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 안정화되기 어려운 보상청구권을 법제화하는 일은 ‘바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작자와 영상제작자간 계약을 보다 공정하게 체결해 합리적 대가를 저작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근본 해결방안입니다. 실태조사, 표준약관,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공정한 계약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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