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사퇴 언급까지…KBS,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에 격랑으로[종합]

대통령실,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결정에
KBS 김의철 사장, 정치 탄압 의혹 제기
“전임 정권서 임명한 내가 문제라면 사퇴”
“방통위·산업통상부와 협의체 구성해야”
KBS 일각선 김의철 사장 향해 비판 목소리
  • 등록 2023-06-08 오후 3:56:40

    수정 2023-06-08 오후 3:56:40

KBS 김의철 사장(사진=KBS)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KBS가 대통령실의 TV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결정 여파로 격랑에 빠진 모양새다. 김의철 KBS 사장은 대통령실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사장직을 걸고 분리 징수 추진을 막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가운데 KBS 일각에서는 김의철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게 날을 세우며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의철 사장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진행한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는 늘 외풍에 시달려왔고 그때마다 KBS 구성원들은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역사가 있다. 이번 대통령실의 분리징수 추진은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위중한 상황 앞 KBS 사장으로서 무거운 결심을 했다.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을 테니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결정을 즉시 철회해달라”며 “분리 징수 권고 결정이 철회되는 즉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KBS 김의철 사장(사진=KBS)
방송법 제64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따라 TV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은 수신료로 매달 2500원을 내야 한다. 징수 업무는 방송법 제67조(수상기 등록 및 징수의 위탁)에 따라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위탁받아 전기요금과 통합해서 맡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부터 4월 9일까지 한 달간 국민제안 홈페이지의 국민참여토론 게시판에 ‘TV 수신료 징수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해당 글에는 5만6226건(96.5%)의 추천과 2025건(3.5%)의 비추천, 6만3886건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자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은 수신료 수입을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 공영방송의 존폐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면서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KBS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도입 후 30여년간 유지해온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의철 사장은 “인기 투표와 같은 추천수와 댓글을 근거로 수신료 징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번의 의견 청취로 정부 차원의 권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님과의 면담도 정식으로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의철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따라 해당 업무를 담당할 유관 부처에도 제안 드린다”며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인 주체는 KBS다. 따라서,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KBS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도 밝혔다.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사진=KBS)
KBS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방송연맹(EBU)에 가입한 56개국 중 수신료를 유지하는 국가는 23개국이다. 수신료 유지 국가 중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 12개국이 전력회사에 수신료 징수를 맡기고 있다. 이밖에 아일랜드, 폴란드 등 3개국은 우체국이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자체 징수(3개국), 자체 별도회사(2개국), 외부 대행사(2개국)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들도 있다.

김의철 사장은 “현재의 통합징수 방식은 최저의 징수 비용으로 최고의 징수 효율을 실현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납부자 간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구현하여 납부 정의를 실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징수 비용을 제외하고 6200억 원 정도인 순 수신료 수입은 분리징수 시 1000억 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민들께서 KBS에 부여한 다양한 공적책무들을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돼 결국 분리징수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들께서 보여주신 지적과 질책에는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올린다. 아울러 지금의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구현하는 최선의 방식이라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이슈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 권순범, 김종민, 이석래, 이은수 등 KBS 일부 이사들은 이날 오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의철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물이 엎질러진 마당에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 부문별 구체적 실행 계획을 마련해 총괄 관리하겠다’는 사장의 인식은 현 경영진이 얼마나 현재의 사태를 오판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2017~2018년 강규형 이사, 고대영 사장의 부당한 해임에 앞장섰던 김의철 사장은 공영방송의 근간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통령실이나 특정 정당을 비판하기 전에 KBS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간 상황 속 KBS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이들이 KBS를 구해낼 방안을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이사회와 집행부의 동반 총사퇴만이 KBS의 생존을 시도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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