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헌재 결정에 검찰이 침울한 이유 [검찰 왜그래]

‘6대 범죄→2대 범죄’ 쪼그라든 수사권한 고착화 될듯
헌법, 검사 수사권 보장 안해…‘검수완박 시즌2’ 단초
일선 검사들 업무부담 더는데…검수완박 왜 반대할까?
  • 등록 2023-03-25 오전 10:10:10

    수정 2023-03-25 오전 10:10:10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효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전국의 검찰청은 침통한 분위기입니다.

검찰이 예전처럼 다양한 범죄들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게 어렵게 된데다, 자칫하면 남아있는 수사권마저 빼앗길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대폭 축소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검찰은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이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헌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실 헌법에 검사가 ‘수사권’을 가졌다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대신 검사가 ‘영장 청구권’을 가졌다는 대목은 있는데, 영장 청구는 수사를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권을 인정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문제의 영장 청구권 부분에 대해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무분별한 강제수사를 통제하라는 뜻이지 수사권을 보장한 게 아니다”며 검찰의 주장을 물리쳤습니다.

검찰은 검사의 수사권이 축소되면 힘없는 국민들이 범죄 피해에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 주장에 관한 판단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검수완박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니어서 애초에 주장을 살필 이유도 없다고 ‘각하’ 처리한 것입니다.

‘6대 범죄→2대 범죄’ 쪼그라든 수사권한 고착화…‘검수완박 시즌2’ 여지도 남겨놔

검수완박의 효력이 즉시 중단되기를 바라던 검찰로서는 불행한 상황입니다. 검찰의 수사 범위가 대폭 쪼그라든 현 상태가 장기화·고착화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수완박에 대응한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귀)’ 시행령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다시 넓히긴 했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실제 현장 수사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검찰의 수사 권한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검찰에 우호적인 정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검수완박을 철회시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듯 합니다. 이와 반대로 검찰에 비우호적인 정당이 또다시 주도권을 잡으면 ‘검수완박 시즌2’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당초 민주당의 최종 목표는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2대 수사권까지 모두 박탈하고, 검찰은 수사결과를 검토만 하는 ‘기소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에 헌재는 검찰 수사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절대적 권한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론상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격무 시달리는 검사들 ‘워라밸’ 시대 열리는데…검수완박 왜 반대할까?

사실 검수완박은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검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 ‘워라밸’을 실현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 구성원 모두가 검수완박에 격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직 검찰 관계자들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검사들의 사명감을 알아달라고 호소합니다. 검찰이 처리하는 사건의 99.9%는 마약·아동학대·성범죄 등 민생과 직접 연결된 사건들이고, 논란이 되는 ‘정치적 사건’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검찰청 창립 후 75년 동안 쌓아온 민생범죄 수사 노하우가 사라지면, 결국 범죄자들만 활개치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국민이 짊어질 것이라는 게 검찰의 걱정입니다.

검찰 출신 한 법조계 원로는 “검사 임용 면접에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을 배제하기도 한다”며 “애초에 워라밸을 추구하고 국민의 사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검사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수완박은 권력자의 지능적이고 치밀한 부정부패 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법이란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며 “검찰 조직의 권력욕과는 별개로, 잘못된 법을 구성원들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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