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코픽스 금리발작'을 경계한다

  • 등록 2022-01-05 오전 6:15:00

    수정 2022-01-05 오전 6:15: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시중은행 대출 원가가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금리 급상승으로 대출금리 큰 폭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금리는 2021년 7월 연 0.82%에서 가파르게 올라 12월에는 1.55%로 불과 5개월 만에 무려 2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특히 12월에는 전월 1.29%에서 0.26%포인트 큰 폭으로 올라 월간 코픽스금리 상승폭이 기준금리 1회 인상폭(0.25%)을 넘어서는 초유의 기현상이 빚어졌다. 코픽스금리가 선행하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모양새다.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는 ‘코픽스금리 발작’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먼저, 2021년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는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꿈틀거렸다. 8월과 11월에 2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도 거듭하여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변죽을 울리고, 금융당국은 대출 억제시책을 강화하자 시중에서 자금 확보를 서두르며 금리 인상 러시가 벌어졌다. 다음, 예대금리 차이가 지나치게 커서 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들만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있자, 대출금리 인하보다는 예금금리 인상을 유도했다. 예대금리 차이를 줄이려다 코픽스금리가 오르자 대출금리도 그 4~5배로 올라 금융기관은 더 수지를 맞게 됐지만 자금 차입자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그 다음, 대선 후 재난지원금 지급확대로 큰 폭의 재정지출이 예상되면서 국채발행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고 그 결과 시중금리 상승요인이 잠재되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시중은행 총평균대출금리가 총평균예금금리의 3~5배에 이르는 비정상적 상황이 줄곧 이어졌다. 다시 말해, 코픽스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도 3~5배나 상승하게 되므로 은행의 수익은 더욱 늘어난다. 그 반대급부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 자영업자, 가계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도리가 없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예금금리의 4배 내외이고 코픽스금리가 1.55%라면, 은행 대출금리는 (시차를 두고) 6%대를 넘어설 것이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12월 현재, 6%대를 돌파했다. 생각해보자. 2021년 현재, 근원물가상승률 2% 정도, 잠재성장률은 2% 이하로 하락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능력은 기껏해야 4% 이내로 추정된다. 금리가 그 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이자비용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나 가계가 얼마나 되겠는가?

금융당국이 우려하듯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21년 3분기 말 현재 184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3%를 넘어섰다. 경기부진에 더하여 금리부담이 가중될 경우 자칫 가계부채 경착륙 사태로 진행될 수도 있다. 가계부채 축소가 바람직하지만 갑작스럽게 늘어난 금리부담으로 가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는데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흡수하자 주택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비롯되었다. 일각에서 일어난 저신용등급(sub-prime) 부채증권 지불불능사태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다시 전 세계로 전염된 재앙이었다. 유동성을 무제한 팽창시켜 사태를 극복해야만 하는 악순환으로 빈부격차는 한층 극심해졌다.

금리의 고저는 단순하게 현재와 과거의 수치를 비교하지 말고 거시경제 흐름과 견줘야 한다. 과거 고성장·고물가 상황에서 고금리에 익숙하다보니 오늘날 저성장 상태를 도외시하고 무조건 금리가 낮다고 오인하는 저금리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의 물가불안이 언제 해소될지 미지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물가도 중장기로 보면 사상 최저수준이다. 거래절벽 상황에서 부동산가격 하락이 이어질 경우, 자칫 가공할 사태를 초래할 자산디플레이션(asset deflation)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대내외 위험과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데다 신종역병이 안개 속에 있는 국면에서 경기흐름을 살피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프레임에 갇힌 까닭을 헤아리기 어렵다. 기준금리 조율의 최종목표가 특정 정책인지 아니면 국민경제의 원활한 순환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초가삼간 다 태워도 빈대만 잡으면 된다”는 사고는 정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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