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은행 이자장사 비판 잠재우려면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 등록 2023-02-24 오전 6:15:00

    수정 2023-02-24 오전 6:15: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은행들의 ‘이자 장사’와 ‘성과급 파티’에 사방에서 비난이 거세다. 은행들이 역대급 수익을 냈고 그 실적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후한 성과급을 받는 것인데 왜 공분을 사고 있을까? 이유는 은행의 행태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호실적이 자신이 잘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전세계적 금리 상승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성과급 운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대가라고 한 걸음 양보하더라도 역대급 호실적이 고금리에 내몰린 기업과 가계들의 고통을 발판으로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을 생각했다면 성과급 파티를 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축됐던 영업시간 복원도 미루고 미루다 마지못해 했다. 이 정도면 모두들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데 자신들만 태평성대를 누리겠다는 괘씸한 심보 아니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제에 은행을 손봐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제되지 않은 해법들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우선 가장 직접적이고도 손쉬운 방법은 정부가 은행들의 금리결정에 간섭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때때로 활용해온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시장원리에 위배될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유효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근본적 대책이 아닌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현실에서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두 번째로 제시되는 방법은 과점적 은행산업 구조를 손보는 것이다.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장사에 안주하고 있는 밑바탕에는 은행산업의 과점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소수의 시중은행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과점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깨려면 은행 수를 늘려 치열한 경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 수를 늘리는 것은 협소한 국내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또 다른 방법은 은행들의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려면 수수료 수입이나 투자수익 등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는 각종 수수료 가격이 올라야 하고 위험성 있는 투자활동이 확대돼야 한다. 다시 말해 금융서비스 이용 비용 증가와 금융 안정성 약화라는 반대급부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 은행들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이나 키코 사태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탐탁한 해법은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가 16조641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그렇다면 이런 정제되지 않은 해법들을 뒤로 하고 과도한 ‘이자장사’를 손볼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공정과 합리에 부합하려면 무엇보다 은행들의 과점적 이윤이 그 이윤 획득을 가능하게 해준 고객에게 환류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비난받는 이유는 과도하게 부과되는 대출금리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이자장사가 지나치다. 은행들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데다 신용정보가 부족해 높은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신용정보를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에 적용되는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과점 이익이 쓰이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정할 것이다. 억지로 팔 비틀려 하는 사회공헌 차원의 시혜적 취약차주 지원 말고 엄연한 사업의 관점에서 취약계층 금융혁신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

즉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신용정보 축적과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및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신용 취약계층은 금융비용 감소의 이득을 얻고, 은행은 위험관리 역량 강화라는 과실을 얻는 윈-윈(win-win)형 상생이 될 수 있다.

작금의 이자장사 논란이 감정 소모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은행들이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 마침 며칠 전 서민금융의 대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설립자가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혁신과 도전정신을 한국 은행들도 배우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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