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피 뽑히다 죽는 ‘공혈동물’을 아시나요?[헬프! 애니멀]

"공혈견 비극 막겠다"…반려인들 한국헌혈견협회 설립
서구권 반려견 헌혈센터 운영으로 공혈동물 대체
국회서 발의된 동물혈액업 신설 개정안, 임기만료로 폐기
농림축산식품부, 사후 관리 등 모니터링 부재
  • 등록 2022-11-14 오전 8:00:00

    수정 2022-11-14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반려가구 급증으로 수술 등 수혈 수요가 폭증하는 이면에는 죽을 때까지 피를 뽑히며 살아가는 공혈동물의 비극이 있다. 이를 끝내기 위해 반려인들의 헌혈 동참과 함께 당국이 공혈동물 관리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번째 헌혈 중인 646호 헌혈견 탄이 (사진=한국헌혈견협회 제공)
같은 생명인데 ‘희생되는’ 공혈견·공혈묘

지난 2015년 국내서 개·고양이 혈액의 90%가량을 독점 취급하는 민간업체 한 곳의 열악한 사육실태가 폭로됐다. 당시 담당 공무원과 함께 강제조사에 나섰던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공혈견 사육장은 불법 개농장과 같았다. 300마리의 공혈견이 뜬장서 사람들이 남긴 음식물을 먹으며 매달 피를 뽑히고 있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11년 공혈묘 혈액 공급도 시작했는데 카라는 공혈묘 사육장이 ‘고양이 번식장’ 같았다고 지적했다.

업장 대표는 사건 초 동물학대 지적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공혈묘 관리기준이 ‘법으로’ 정해진 것이 있느냐”며 “(공혈묘 등 복지 기준을 지킬) 그럴 의무가 없다.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공혈견을 보유 중인 대학병원, 수의사회, 민간업체 한국혈액은행 등과 ‘공혈동물 복지 TF’를 구성해 관련 개선방안을 논의했으나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다. TF의 논의가 공혈동물 사육 등 가이드라인 마련과 민간업체 사육환경 개선에 그친 탓이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얘기를 더 진행할 면이 있었지만, 논의 중 마련된 지침을 수의사회 등에 공유하고 끝났다”며 “회의선 공혈동물이 거주하는 환경 개선, 공혈동물이 반려동물로서 가진 욕구(사람과의 유대 등)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지난 2015년 문제를 제기한 공혈묘 사업장의 모습 (사진=카라 제공)
농림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만들었다는 사실은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농림부는 TF 논의 이후 업장 사후점검이나 가이드라인 적용 실태 등을 점검하지 않았다.

동물혈액 판매업은 고도의 관리가 필요한 분야임에도 국내선 여전히 최소한의 허가나 관리도 없는 실정이다. 입법부도 공혈동물 처우에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의지’가 부족했다.

지난 2019년 5월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인도적 동물혈액 채취와 공혈동물 보호에 관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의 수술과정에서 필요한 동물혈액은 민간기업 또는 대학병원서 사육되는 공혈견·공혈묘를 통해 공급되고 있으나 (국가의) 관리는 없는 실정”이라며 반려동물 사업에 ‘동물혈액공급업’을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공혈동물의 혈액 채취·관리·유통·판매를 관리하고 공혈동물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공혈 대신 ‘헌혈’…반려인들이 나선다

국가가 동물보호 의무를 방기하자 민간서 이를 시정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공혈동물의 희생을 끝내고자 반려인들이 자발적으로 헌혈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지난 6월 ‘한국헌혈견협회’와 협력하는 동물병원만 17곳에 달한다.

헌혈에 참여한 서산 래브라도리트리버 메시, 부산 사모예드 서호두, 부산 래브라도리트리버 오뎅이가 헌혈견 스카프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헌혈견협회 제공)
긴급수혈은 협회가 협력병원으로부터 들어온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반려주인이 수혈 요청에 응하는 형식이다. 단, 2~8세 사이, 25kg 이상, 심장사상충 등 구충약을 복용하고 전염성 질병이 없는 대형견에 한해 헌혈이 가능하다. 헌혈 후에는 적혈구가 바로 재생되기 때문에 건강상 문제도 없다.

협회에 속한 대형견들이 긴급수혈 외에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헌혈해 공혈견 혈액을 대체하면, 협력 병원들은 헌혈 전 무료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조한다.

강부성 한국헌혈견협회 대표는 “공혈견이 300여마리로 추정되는데 전국서 헌혈하는 대형 반려견 3000여마리가 확보된다면 공혈견을 대체할 수 있다”며 “현재 협회선 1년에 300여마리가 사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공혈견·공혈묘 근절의 근본 해결책은 ‘헌혈 캠페인’이라고 주장한다. 강 대표는 “동물혈액업을 신설하면 공혈견을 합법화하는 것이다. 이는 개식용 합법화와 같은 맥락”이라며 “문제가 된 민간 사업장은 광의의 동물보호법을 적용하되 궁극적으론 반려인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해 자체적으로 피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캐나다와 영국 등 서구권 국가에선 2000년대부터 ‘반려견 헌혈센터’를 운영해 공혈동물 혈액을 완벽히 대체했다. 반면 국내선 건국대학교가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통해 아시아 최초 반려동물 헌혈센터를 건립해 지난 8월 개소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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