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희생자 추모…“진상규명 중단 요구 없나?”(종합)

아르헨티나 방문 첫 일정으로 국립역사기념공원 방문
군부독재 시절 희생자 추모·‘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 만남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 있다”
  • 등록 2018-11-30 오전 5:47:42

    수정 2018-11-30 오전 5:47:42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 29일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찾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북쪽 라플라타 강변에 조성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특히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집권한 비델라 군부독재 정권은 좌익 게릴라 척결이라는 명목으로 좌익 사회 운동가,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폭력, 납치, 살해 등 탄압을 실시했으며 당시 희생자는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

文대통령, 400m 길이 기념벽 도보로 이동하며 희생자 추모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기념공원 내부에 있는 총 400m 길이의 기념벽은 당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암반석 현판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은 실종자 및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4개의 벽을 따라 400m 가량 도보로 이동하면서 호크바움 국립역사기념공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벽에 적힌 것이 희생자들 이름입니까?”라고 물었고 호크바움 공원장은 “이름과 나이”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 분은 나이가 18살이었습니까? 지금도 실종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벽에 이름을 추가합니까?”라고 물었고 호크바움 공원장은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면 이름을 추가한다”며 “희생자 추념비를 라플라타강 옆에 세운 것은 군부독재 시절 비행기로 사람들을 강에 빠트린 적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젊은이들이 많이 희생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합니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합니까?”라고 물었고 호크바움 공원장은 “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2,400명의 가해자들을 처벌했고, 1,200명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혹시 사회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호크바움 공원장은 이에 “아직도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도 일부는 인권유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과 헌화하고 있다. ‘5월광장 어머니회’로 알려진 희생자 가족들은 군부 독재 시절 희생된 3만여명의 젊은이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41년간 매주 목요일 마다 항의 집회를 열어왔다.(사진=연합뉴스)
文대통령, 아르헨티나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 만나 위로

문 대통령은 이후 아르헨티나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설립 41주년을 맞는 아르헨티나의 ‘5월 광장 어머니회’는 아르헨티나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다.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세운 단체로 41년간 매주 목요일마다 항의 집회를 통해 군사정권의 만행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으며, 민주화 후에도 과거사 바로 세우기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가족운동실천협의회(민가협)과 유사하다.

5월광장 어머니회의 한 관계자는 “30년 전에 손자가 실종됐다가 3년 전에 찾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어머니들의 손을 꼭 잡으며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했다.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가 5월광장 어머니회의 역사가 기록된 책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과 함께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졌다.

문 대통령 내외는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민가협 어머니들이 준비한 선물과 우리 측에서 준비한 나비 브로치를 전달했다. 민가협에서 준비한 선물로는 1994년 6월 민가협 측 인원과 아르헨티나 5월 광장 어머니회원들의 만남 당시 촬영한 사진과 당시에 착용하고 있던 보라색 수건, 부채 등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실종자 가족들을 다 찾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을 위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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