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프리즘]오겜·기생충의 저작권은 누구 손에

  • 등록 2023-02-27 오전 6:15:00

    수정 2023-02-27 오전 6:15:00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의 저작권자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이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 ‘헤어질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저작권자라고 생각할 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저작권자가 아니다. 답은 ‘제작사’ 혹은 ‘투자사’이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저작권자가 아닌 이유는, 바로 저작권법 제100조의 ‘영상저작물의 특례’규정 때문이다. 이 조항은 간단히 말해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처럼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는 특약이 없는 한 저작물과 관련된 제발 권리를 영상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다.

일견 부당해 보이는 조항이지만 이 특례조항을 만든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저작물은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까지 여러 창작자들이 모여 만들어지는데 영상제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관여한 사람들의 권리관계를 일일이 확인해 허락을 얻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권리 처리를 간소하게 하고자 특례 규정을 만든 것이다. 법 조항에는 ‘특약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있어 별도의 계약이 있으면 제작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제작사나 투자사가 절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현실에서 별도의 계약으로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개인에게 저작권을 유보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정이 이렇기에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콘텐츠의 창작자들의 수입은 최초 계약으로 얻은 것에 한정되고 흥행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저작권료는 받지 못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원 사용 횟수에 비례해 작곡가나 작사가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는 사정과 비교해 봐도 영상저작물의 창작자들은 그 기여도와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재작년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은 약 1조 500억 정도의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수익은 모두 200억 제작비를 투자한 대가로 저작권을 취득한 넷플릭스의 몫으로 돌아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게 된 격이다. 더욱이 OTT 서비스를 통한 온라인 상영이 일반화 되면서 글로벌 OTT 플랫폼 위주의 수익 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상저작물 창작자들의 정당한 보상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성일종 의원, 유정주 의원), 이달 초 공청회가 열렸다. 프랑스나 독일 등에는 영상저작물의 창작자들이 처음 합의했던 보상금이 전체적인 수익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경우 계약을 변경하거나 추가적인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우리도 정당한 보상권을 저작권법에 반영하자는 내용이다.

문제는 영상저작물 창작자들이 추가적인 보상을 청구하는 대상이 OTT 업체 등 영상저작물의 최종제공자라는 것이다.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 계약을 맺고 저작권을 양도한 상대방은 제작사다. 그리고 제작사는 OTT 업체 등 영상저작물 최종제공자와 계약을 맺고 영상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와 계약 관계가 없는 OTT 업체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OTT 업체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니 차치하더라도 법리적으로 사적자치의 원칙상 영상저작물 창작자와 직접적 계약관계가 없는 OTT 업체에게 보상 책임을 지우는게 합당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더욱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하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입법례도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추가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자는 취지에 대한 근거는 될 수 있어도 보상 구조에 대한 근거는 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법무부도 사적자치의 예외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입법은 가장 효과적인 해결 수단일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그 파급력으로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에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욱이 해외의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법체계가 다른 만큼 우리나라 사정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섬세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제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한들 섣부른 입법으로 금세 위헌 결정을 받게 되어버리거나 부작용만 일으키게 된다면 오히려 업계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영상저작물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해결 방안 마련에는 그 좋은 취지에 걸맞게 심도 있는 연구와 충분한 사회적 토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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