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노동시장 개혁이 최고의 저출산 대책이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 등록 2022-01-10 오전 6:15:00

    수정 2022-01-10 오전 6:15: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잊을 만하면 대통령과 기업총수들의 회동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회동의 주된 목적은 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일자리 주문이다. 기업총수들은 여기에 응수해 이런저런 계획을 들이밀며 그러겠노라고 화답한다. 아주 익숙한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는가? 정치가 경제에 갑질을 한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지켜지지도 않을 기업의 헛약속을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기에 불편할뿐더러 별 실효성도 없는 이런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면에는 이런 생각들이 담겨 있으리라. 대통령의 생각은 기업이 고용을 더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 왜 안 늘리느냐는 타박이고, 기업총수는 고용을 더 늘릴 여력은 있지만 이해타산이 안 맞으니 늘릴 수 없다는 것이 본심이다.

일견하면 고용을 늘릴 여력이 있다는 대통령의 생각이나 이해타산이 안 맞는다는 기업총수의 생각이나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 특히 대기업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다. 대기업들이 취해온 지금까지의 고용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소고용과 과잉노동 전략이다. 가능한 한 적은 인력을 고용해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노동절약적 고용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의 경제활동 규모에 비해서 일자리 기여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대기업의 노동절약적 고용전략을 수정하면 지금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대기업 부문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기업에 대한 고용확대 요구는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건 어디까지나 고용할 수 있는 여력 측면일 뿐이지 고용을 더 늘리는 것이 기업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소고용과 과잉노동의 고용전략을 취해 온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기업환경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래서 기업은 환경에 따라 기업활동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런 전략에 가장 큰 제약요인이 되는 것이 노동투입이다. 생산요소로서 노동투입은 본질적으로 줄이는 것이 어려워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용을 더 늘릴 유인이 있더라도 이를 자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노동시장이 경직적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진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노동시장은 아주 경직적이다. 정규직 장벽이 높게 처져 있어 담장 안과 밖이 분리돼 들어오고 나가기 어렵다. 이렇게 투입 조절이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에 기업이 노동절약적 생산전략을 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응이라는 기업의 항변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대통령과 기업총수의 논리 차이에는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한 시각 차이가 반영돼 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이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이라 생각하고 기업총수는 이윤 창출이라 생각한다. 생각의 간극이 너무 크다. 생각 차이가 이렇게 큰 상황에서 일자리를 아무리 만들라 한들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시늉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고집하는 동안 현실의 노동시장 장벽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장벽 안에는 1300만 정규직 일자리가 자리 잡고 있고 담장 밖에는 1500만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존재한다. 장벽 안이나 밖이나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장벽 안의 정규직은 과소고용으로 과잉노동에 시달리고 장벽 밖의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는 과잉경쟁으로 과소소득에 시달린다.

한쪽에서는 정신적 여유가 없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질적 여유가 없다. 이런 노동환경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결혼은 왜 하며 자식은 뭐하러 낳는가 하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양분화된 노동시장 환경이 저출산의 핵심 원인이다.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 우선 규모가 큰 기업부터 한편으로는 노동시장 장벽을 낮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괴리를 줄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여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 기준을 더욱 낮추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이야말로 한국경제 불균형 해소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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